고요의 집

공간 디렉터 고요가 묻는다. 당신은 지금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평범한 직장인, 170만 뷰의 인테리어 스타가 되다

특유의 내추럴한 스타일로 공간을 디자인하는 최고요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인테리어 스타 디자이너다. 대학 졸업 후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난 그녀는 아름다운 자연환경뿐 아니라 여유로운 삶의 태도, 힘주지 않고도 쿨하고 세련된 공간 등 그곳에서의 라이프스타일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좀 더 머무르며 호주의 생활을 즐기고 싶어 대학에 진학해 시각디자인을 공부했다. 유학 생활을 하면서 통 크게 주택을 구해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며 그곳을 직접 꾸미기도 했던 그녀는 귀국 후 자취 생활을 하는 동안 공간에 대한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
새로 이사한 복층 구조 빌라는 벽지가 아닌 도장으로 마감되어 있고 빨간 파벽돌이나 원목 자재가 쓰여 주택과 같이 아늑한 느낌을 자아낸다.
어린 시절부터 집을 직접 가꾸고 기뻐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자란데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호주에서의 경험도 있던 그녀는 당시 살고 있던 옥탑방을 셀프 인테리어 하는 과정을 블로그에 기록했다. 이후 공간에 대한 꾸준한 호기심과 관심이 이어져 원룸에서 30년 된 15평 다가구 주택, 17년째 한 번도 고치지 않고 살아온 할머니가 살던 주택 등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며 직접 인테리어를 했다. 이사를 가고 새 공간을 꾸밀 때마다 많은 팔로어들이 그녀의 일상과 집에 공감하기 시작했고, 인테리어에 대한 실질적인 문의도 점점 늘어갔다.
“대부분 사람들이 인테리어를 거창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집과 언론에 소개되는 집과의 괴리감에 실망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하지만 좋은 공간의 기준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죠. 누구나 나만의 방식으로 좋아하는 공간에 살 수 있어요.”
공간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와 생각을 공유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인테리어를 제안하다 보니 어느새 주거와 상업 공간을 넘나드는 어엿한 인테리어 전문가로 활동하게 되었고, 2년 전에는 <좋아하는 집에 살고 있나요?>라는 책도 출간했다. 최근에는 블로그와 SNS, 홈페이지 등 폭을 넓힌 소셜 미디어와 오프라인 채널을 넘나들며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공간 탐험가의 여섯 번째 집

디자이너 최고요의 새 공간은 10년 동안 서울에 살면서 이사한 여섯 번째 집이다. 동네에 작은 산이 있는 서울 끝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함께 일하는 친구의 집 근처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들렀다가 우연히 보게 됐다. 흔히 말하는 힙한 동네, 이태원이나 서촌, 합정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전세 자금 대출이 잘 나오는 집을 찾다 포기하고 우연히 만난 집이다. 지은 지 2년 된 신축 빌라는 층고가 5m가 넘는 매력적인 복층 공간. 자연이 가까이에 있고 편안한 동네 느낌이 좋아 오랜 고민 없이 이사를 결정했다.
“그간 이사를 많이 해오면서 늘 낡은 집을 선택해 나만의 공간으로 바꾸었어요. 좋은 공간이란 ‘나에게 편안한 곳’이 아닐까요? 집값 높기로 유명한 대도시 서울에 살면서 으리으리한 집에 들어갈 경제력도 없고, 무엇보다 그런 곳에 들어가면 벽에 그림 하나 마음대로 걸 수 없다는 생각에 답답했어요. 지금의 집은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시원한 복층 구조, 벽지가 아닌 도장 마감, 실내이지만 붉은 파벽돌과 원목 자재를 사용한 점 등이 매력적이었어요. 집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디테일은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이 완성하면 되는 것이죠.”

배려하는 공간

최고요의 손길이 닿은 공간은 어딘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테리어 요소는 풍경이다. 예컨대 처음 집에 들어왔을 때 시야에 들어오는 모습, 자고 일어난 후 마주하는 풍경, 요리를 하러 주방에 들어갔을 때 펼쳐지는 광경 같은 것들이다. 그렇게 시선이 머무는 공간의 풍경을 가늠하고 고려해 인테리어를 하다 보니 보이는 곳은 물론 실제 사는 사람에게 더없이 편안한 장소로 완성된다.
“자연스러운 것, 새것보다는 빈티지를 좋아해요. 기분 좋은 감정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과 물건을 동경하고 선호하고요. 새 공간을 꾸미려면 그곳의 주인이 되는 사람의 히스토리, 라이프스타일, 성향 등을 이해해야 하죠. 그런 과정부터가 제 작업의 시작이에요.”
매트한 질감과 빈티지한 톤으로 담백하고 감각적으로 마감한 침실.
새로 꾸민 최고요의 집은 그녀에게 최적화된 공간이다. 자연과 함께 여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그녀에게 휴식을 주는 공간은 필수. 주방의 둥근 테이블에 앉아서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 시간은 그녀의 일상에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다. 매트한 도장 마감으로 빈티지한 무드를 주고 꼭 필요한 가구만 놓아 담백하게 꾸민 침실도 휴식과 새로운 에너지를 주는 그녀만의 작은 우주다. 집에서만큼은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있길 바라는 그녀는 가구와 소품들도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는 것들로 구성했다. 평범해 보이는 가구, 소품들은 모두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 꼭 필요하거나 마음의 위안을 주는 용도의 물건들로 이루어져 있고 추억과 스토리가 있는 물건들이다. 빈티지 제품을 국내에서는 이태원, 남양주, 파주 등 전국 각지의 거래처에서 수집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하기 위해 해외 마켓도 정기적으로 가는 편이다. 시드니의 글리브, 뉴타운의 빈티지 마켓, 파리의 방브나 생투앙, 방콕의 딸랏롯빠이 등이 주요 쇼핑 스폿으로 주로 20세기 초반의 제품들을 위주로 셀렉트한다.
지난해 그녀는 서울 근교의 전원주택으로 옮긴 부모님의 집을 직접 고치며 두 분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선물을 했다. 천장에는 손때 묻은 온기 있는 나무로 서까래를 만들고,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1층에는 흙 질감이 나는 스페인 타일을 깔고, 문에는 주물 손잡이를 다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 결과, 집의 모든 공간에서 자연의 온기가 느껴지는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이 완성되었다.

새로운 도전, 탠 크리에이티브

최고요 디자이너가 직접 셀렉트한 주방 오브제. 다양한 아이템을 수집하는 그녀는 주방에 나무 소재 아이템을 두어 자연친화적인 인테리어 무드를 살렸다.
좋아하는 일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최고요는 현재 탠 크리에이티브라는 회사를 운영 중이다.  처음에는 의뢰가 들어오는 일을 혼자 진행하다 꽃과 파티를 연출하는 친구와 협업을 하면서 공동으로 스튜디오를 운영해오고 있다. 2017년부터는 분야를 전공한 직원들이 모이면서 좀 더 전문적이고 탄탄한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아파트, 주택 등의 주거 공간은 물론 카페, 레스토랑, 갤러리 등 다양한 공간을 디자인하는 탠 크리에이티브는 최근 성수동에 위치한 ‘cafe lot102’를 오픈했다. 특유의 여백 있고 내추럴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카페로 가장 안쪽 벽의 계단식 구조나 스탠딩 바 형태로 커피를 즐기는 코너를 만드는 등 자유로운 공간 구성이 돋보이는 곳이다. 그녀는 올해 코리빙(coliving) 업체의 공유 공간 라운지 디자인을 시작으로 새로운 콘셉트의 공간에 도전해볼 계획이다. 아름다운 공간은 힘이 있다고 말하는 그녀. ‘나는 지금 좋아하는 공간에 살고 있는지’, 집에 대한 따뜻한 화두를 던져본다.
Editor_ Hwang Da Im
Photos_ Kim In Ch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