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아빠의 안전 육아 매뉴얼

대부분의 어린이 안전사고는 ‘아차’ 하는 사이에 일어난다. 우리 아이 주위에 도사리고 있는 각종 사고는 안전 수칙을 잘 지켜 예방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응급의학과 의사이자 딸바보 아빠인 김현종 교수가 부모들에게 전하는 안전 육아 상식.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은 아이가 조용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말한다. 어딘가에서 사고를 치고 있을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아이들. 응급의학과 의사이자 딸을 둔 아빠인 김현종 교수는 매일 아이들의 아찔한 상황을 옆에서 보고 듣고 진료한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에서 일하는 김현종 교수는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며 전공의와 의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병원에서의 일도 값지고 보람되지만 그가 하루 중 가장 고대하는 것은 바로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딸과 함께하는 시간. 병원 응급실에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의 환자가 다녀간다. 그중에서도 김 교수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아파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몹시 안쓰럽다. 집에 있는 딸아이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을 진료하다 보면 미리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가 많아 너무나 안타깝다.
“언젠가 다쳐서 온 아이를 진료하고 있는데 불쑥 화가 나는 거예요. 보호자가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막았을 사고인데 순간의 부주의로 아이가 다친 걸 보니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그날 SNS에 이에 관한 글을 썼는데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널리 공유가 되었더라고요. 그날을 계기로 아이들이 응급실에 오는 걸 줄일 수 있도록 어른들이 미리 챙겼으면 하는 것들에 대해 글을 써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김 교수는 SNS를 시작으로 블로그에도 안전 상식에 관한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어린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방법부터 집 안이나 바깥에서 아이가 다쳤을 때 응급 처치 요령과 응급실 치료 과정 등을 담았다. 그리고 최근에 연재한 글을 모아 <응급의학과 의사 아빠의 안전한 육아>(창비)를 펴냈다.

아이들을 위협하는 공간, ‘집’

김 교수는 소아 안전사고를 예방하려면 가장 먼저 아이들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린아이들은 호기심이 왕성하지만 매일 자라고 변하는 자신의 몸을 안전하게 쓰는 법은 아직 잘 모른다. 무엇이 위험한지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도 미숙하다. 그러다 보니 높은 곳에 올라가 뛰어내리고 차도로 달려가 부모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곤 한다. 그에 반해 우리의 집 안은 어떤가? 날카로운 책상과 식탁의 모서리, 당기면 넘어지는 책장, 깨지기 쉬운 그릇 등 사고를 불러일으킬 물건으로 가득하다.
“소아 사고의 유형을 보면 5세 미만의 경우 집 안에서 다치는 사고가 가장 많습니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으니까요. 타박상과 열상 같은 외상이 흔하고, 뜨거운 전열 기구에 화상을 입기도 하죠. 작은 물건을 삼키거나 콧구멍에 넣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자기 몸과 사물에 호기심이 많은 시기라 우선 입에 넣고 맛보는 것으로 궁금증을 해결하려는 아이들의 특성 때문에 이런 사고가 생깁니다.”
‘아이는 다치면서 큰다’는 옛말이 안타깝지만 사실이긴 하다. 0217년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발행한 <응급의료 통계연보>를 보면 10세 미만 아이들이 다쳐서 응급실을 찾은 경우가 연간 23만 건이 넘는다. 특히 활동량이 많거나 장난꾸러기라면 1년에도 여러 번 다쳐서 응급실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아이가 다치는 것은 속상하지만 한편으론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다치는 경험을 통해 자기 몸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보호하는지 그 방법을 배워나가니 말이다. 부모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가 다치는 모든 상황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이를 예방하고 대처하는 법을 배우며 부모로서 성장해 나간다.

TIP 아이가 화상을 입었을 때 대처 요령

1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 10~25℃ 정도의 물(수돗물)을 부어 상처 부위를 식힌다. 너무 차가운 물은 혈관을 수축시키므로 삼갈 것.
2 흐르는 물에 상처 부위를 대고 20~30분 정도 그대로 두어 통증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린다. 상처에 거즈, 손수건 등을 대고 물을 부어도 된다.
3 그다음 젖은 손수건으로 상처 부위를 느슨하게 덮고 병원에 데려간다.
4 처음에는 진물이 많은 상처도 점점 마르면서 얇은 비닐을 덮은 듯한 상태로 변한다. 짧게는 열흘, 길게는 3주에 걸쳐 회복된다.

안전사고의 계절이 왔다!

5, 6월은 따뜻한 날씨와 연휴로 인해 1년 중 나들이객이 가장 많을 때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만큼 놀다가 다치는 외상은 물론 벌레물림, 교통사고도 빈번히 발생한다. 김 교수는 가벼운 외상에 대비해 아이와 나들이할 때는 멸균 거즈와 압박붕대, 상처 연고 정도는 챙기라고 당부한다.
“나들이 장소에 도착하면 우선 급한 경사나 가시가 있는 나무 등 아이들이 다치기 쉬운 환경은 아닌지 먼저 살펴보세요. 그리고 여러 명이 동행한다면 어른 한 분 정도는 항상 아이들을 지켜보는 게 좋아요. 벌레에 물렸다면 상처를 물로 깨끗이 씻은 뒤 연고를 바르면 대부분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가려움이나 호흡곤란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에 데려가세요. 자전거나 킥보드, 인라인스케이트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탈것을 이용할 때는 반드시 아이 몸에 맞는 보호 장구를 착용토록 하고, 바퀴의 상태나 브레이크 작동 상태도 꼭 확인하세요.”
김 교수는 카시트와 안전벨트의 중요성 또한 강조한다. 승용차에 탈 때 부모가 아이를 안고 타거나 앞자리 어른들만 안전벨트를 매고 뒷자리에 앉은 아이는 벨트를 채우지 않아 다치는 사고가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가족이 다 함께 외출했다가 교통사고가 나 병원에 온 일이 있어요. 아이가 카시트를 싫어해 어른이 품에 안고 탔더라고요. 그리 큰 사고는 아니었는데 안겨 있던 아이가 머리를 크게 다쳤어요.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아이 곁에서 미안해하고 슬퍼하는 부모를 보며 안타깝고 화가 났던 기억이 쉬이 잊히지 않네요.”
아이들은 몸이 가벼워 작은 충격에도 큰 부상을 입기 쉽다. 몸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머리가 큰 반면 머리를 지지하는 목 근육은 아직 약해서 사고가 났을 때 근육이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머리와 목을 다칠 위험성이 높다. 또한 자동차의 안전벨트는 성인 체형에 맞춘 것이라 사고가 났을 때 아이를 단단히 고정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목을 누를 수 있다. 그래서 아이 몸에 맞게 설계된 카시트가 필수적인 것. 아이가 싫어해서, 또는 비싸다는 이유로 카시트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조금 번거롭고 부담스럽더라도 내 아이를 위한 일인 만큼 카시트는 꼭 사용해야 한다.

꾸준히 차근차근, 안전 습관을 기른다

‘안전’은 위험이나 사고 날 염려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가 안전하려면 첫째로 위험을 미리 피할 만한 지식과 능력이 있어야 하고, 둘째로 주변의 환경이나 제도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이 세상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완벽하게 안전한 곳이 아니다. 그런 만큼 사고는 항상 일상 속에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생활 습관을 익히고 유지하는 것은 어른, 아이 모두에게 중요하다.
“지금은 딸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만큼 자랐지만 저도 아이 키우며 가슴 쓸어내린 일이 여러 번 있어요. 딸아이가 바닥에 떨어진 정체 모를 덩어리를 입에 집어넣으려던 것을 간발의 차이로 막은 적도 있고, 갑자기 조용해진 집 안이 불안해 찾아보니 책장에 올라가 잔뜩 겁먹고 ‘살려주세요’ 하는 걸 안아 내리기도 했죠. 얼마 전에는 자다가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 협탁에 부딪혔는지 잇몸을 다친 일도 있어요. 덕분에 우리 아이의 험한 잠버릇을 알게 됐지만 아이를 안쪽에 눕히지 않았다고 아내에게 꽤 혼이 났죠. 이밖에도 제 심장 박동을 올라가게 하는 일이 적지 않았답니다.”
김 교수는 지금껏 얘기한 안전 수칙이 사실 다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며 웃는다. 그러고는 안전은 습관이라는 말도 진지하게 덧붙인다.
“아이가 치아를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요? 저는 식사 후, 잠자기 전에 엄마 아빠가 아이와 함께 칫솔을 들고 올바른 양치질을 알려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안전 습관도 마찬가지예요. 아이가 어릴 때부터 같이 다니면서 횡단보도를 신호에 맞춰 건너고,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살피는 경험을 반복해야만 아이의 몸과 마음에 배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몸에 밴 안전 습관은 아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지키는 소중한 재산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부모를 위한 응급실 사용설명서

깊은 밤 갑자기 아이가 고열이 날 때, 놀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졌을 때 등 위급한 상황에서 부모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바로 응급실이다. 응급실은 24시간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어 편리하지만 응급 환자가 많은 곳인 만큼 접수 후 진료를 받기까지 대기 시간이 상당하다. 절차도 복잡하고 진료비도 부담스러워 응급실을 찾았다가 ‘괜히 왔나’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어렵고도 복잡한 응급실! 언제 가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응급실 사용설명서를 참고하자.

응급실, 언제 가야 할까요?

이럴 때는 잠시 기다리세요
응급실은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환자들이 오간다. 그중에는 감염성 질환을 가진 환자나 위급한 환자도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내 아이가 가장 급하겠지만 마음과는 달리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그동안 아이가 지치기 쉽고 병원비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아이의 상태에 따라 집에서 좀 더 기다려보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꿰매야 하는 상처인 경우 얼굴은 하루 정도, 손발은 6~12시간 안에 처치를 받으면 대부분 당장 봉합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씻은 뒤 멸균 거즈로 덮고 압박붕대로 가볍게 감아둔 다음 경과를 지켜보도록 한다.
입안을 다쳐 응급실을 찾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입안에 상처가 생기면 피와 침이 섞여 실제보다 출혈이 심해 보이기 때문. 우선 놀라지 말고 거즈로 입 주위를 닦으며 상처를 확인한다. 구강과 입술은 우리 몸에서 회복이 가장 빠른 부위이므로 지혈을 하며 잠시 기다렸다가 피가 멎으면 해가 뜬 후 치과를 방문한다.
한밤중에 고열이 날 때는 아이의 전반적인 몸 상태를 살핀다. 열이 나는데도 잘 논다면 경과를 지켜보자. 하지만 열이 40도를 넘거나 열성 경련을 보일 경우, 몸이 축 처져서 먹지 않고 자려고만 하는 경우, 생후 12개월 이하 영아가 열이 나는 경우에는 서둘러 응급실로 가야 한다.
이럴 때 응급실에 가세요
아이가 열이 나거나 다쳤는데 숨이 가쁘거나 피부색이 창백하고 파랗게 보이는 등 평소와 다르다면 바로 응급실로 데려간다. 몸이 처지거나 경련을 보일 때, 식사를 거부하고 잘 일어나지 않고 보채며 자꾸 늘어질 때도 응급 상황이다. 머리를 다쳤을 때 몸이 늘어지면서 토한다면 뇌진탕 등 뇌 손상을 입었을 수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아야 한다.
아이가 다친 부위를 움직이지 못하거나 피가 멎지 않을 때도 재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겁을 먹거나 병원에 가기 싫어서 증상을 얘기하지 않는 아이도 있는데, 좋아하는 영상을 보여주거나 장난감 등으로 주의를 잠시 돌린 뒤 다친 부위를 만져보거나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반응을 살핀다. 아이가 손을 치우거나 울며 보챈다면 바로 병원에 데려간다.
아이가 차에 치였거나 카시트에 앉지 않은 채 차 사고가 났다면 특별한 이상이 없더라도 병원에 가야 한다. 당장은 사고로 인해 당황해서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려는 생각 때문에 아픈 걸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응급실 갈 때 알아둬야 할 것

1 자가용이나 택시, 119 구급차로 이동
갑자기 병원에 갈 때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가 다치면 부모도 당황하게 마련. 아픈 아이를 데리고 운전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119를 부르는 것도 방법이다.
2 119에 신고했다면 구급대원의 지시에 따를 것
119와 전화 연결이 됐다면 우선 진정하고 아이의 상태와 현재 위치 등 구급대원이 물어보는 질문에 답한다. 119와 통화한 후에는 가급적 다른 곳에 전화하지 말고 구급대원을 기다린다.
3 최대한 침착한 상태 유지하기
아이가 다치면 부모는 당황하고 겁이 나기 쉽다. 하지만 아픈 아이가 낯선 구급차와 응급실 안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보호자다. 엄마 아빠가 침착한 모습을 보여야 아이도 씩씩하게 응급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
4 접수 및 초진 기다리기
아이 이름으로 접수한 다음 아이의 증상과 몸 상태에 따라 진찰 시기를 결정한다. 혈액검사나 수액, 주사 등이 필요하면 침대로, 간단한 외상이라면 대기 구역에 배정받고 의사의 초진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가급적 음식물을 먹이지 말 것. 아이의 상태가 변하거나 다른 증상을 보이면 바로 의료진에게 알린다.
5 검사 후 결과 기다리기
엑스레이, 혈액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 검사를 한 다음에는 잠시 기다린다. 만약 시간이 너무 늦어질 때는 담당 간호사에게 진행 상황을 물어본다.
6 귀가하기
검사 결과가 나오면 원인은 무엇인지, 다른 질환 가능성은 없는지 의사의 소견을 잘 듣고, 아이가 어떤 증상을 보일 때 다시 응급실에 와야 하는지 물어본다.

TIP 우리 집 간이 응급실, 구급상자 필수품

멸균 거즈
외상을 입었을 때 거즈를 대고 꼭 눌러 지혈한다.
압박붕대
반적으로 어른 손가락 길이 정도의 너비를 많이 쓴다.
습윤 드레싱 용품
짓무른 상처, 긁힌 상처를 처치할 때 사용한다. 핀셋 가시나 이물질을 제거할 때 효과적이다.
*이밖에도 반창고, 가위, 체온계, 손소독제, 물티슈 등을 구비해 둔다.
Freelance Editor _Jeon Mi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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