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tic Jaime Hayon

전 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치는 하이메 아욘은 세계를 대표하는 스타 디자이너로 손꼽히지만 여전히 매일을 처음처럼 산다. 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하는 그. 이 기발하고 거침없으며 행복한 괴짜는 도대체 누굴까?

직접 디자인한 위트만 부엘타(Vuelta) 라운지 체어에 앉은 하이메 아욘. 특유의 볼륨감 있는 디자인이 푹신한 착석감을 선사한다.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사이

1974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난 하이메 아욘은 밀라노 디자인학교와 파리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뒤 스물셋의 나이에 베네통 디자인커뮤니케이션연구소의 디자인 총괄을 맡았다. 레스토랑, 전시, 그래픽디자인까지 다양한 영역의 프로젝트를 책임지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던 그는 돌연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아욘 스튜디오(Hayon Studio)를 설립한다. 2000년, 그의 나이 스물여섯 살의 일이다. 이후 작은 문구부터 장난감, 조명 등 위트 넘치는 디자인의 생활용품을 선보이며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가구, 인테리어, 설치미술로 점차 영역을 넓혀나갔다.
‘Why not?’은 그의 행적을 설명하는 한마디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처럼 다작하는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은 프리츠한센, 카시나, 바카라, 보사, 앤트레디션, 모오이 등 가구 브랜드와의 협업은 물론이고, 호텔과 뮤지엄, 상업 매장의 공간 기획까지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했다. 셀 수 없이 많은 브랜드와 협업했지만 그중에도 프리츠한센과의 인연은 각별하다. 머리부터 어깨, 등, 허리, 엉덩이로 이어지는 몸의 곡선을 따라 섬세하게 설계한 라운지 체어 로(Ro), 같은 라인의 암체어 프라이(Fri), 캐주얼한 다이닝 체어 사멘(Sammen),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어주는 하이백 소파 플레넘(Plenum) 등 프리츠한센의 기술력에 그만의 독특한 감각을 더한 제품을 다양하게 디자인할 뿐 아니라 페어나 팝업 스토어의 공간 설계를 책임지기도 한다.
양 옆과 뒤의 높은 벽이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어주는 프리츠한센 0219 플레넘(Plenum) 소파 컬렉션. USB 포트와 플러그, 작은 테이블을 탈착해 사용할 수 있다.
광원을 위아래로 가리는 디자인이 불빛을 은은하게 퍼뜨려주는 라이트투라이트(Lightolight) 컬렉션. 파라칠라(Parachilna)를 위해 디자인한 제품으로 월 램프와 플로어 램프 두 가지로 선보인다.
그는 상업적인 작업 외에 기발한 전시를 선보이는 디자이너로도 유명하다. 2003년 런던 데이비드 길 갤러리(David Gill Gallery) 전시를 시작으로 런던 디자인 뮤지엄(Design Museum), 네덜란드 그로닝거 뮤지엄(Groninger Museum), 미국 애틀랜타 하이 뮤지엄(High Museum of Art), 뉴욕 아트앤디자인 뮤지엄(Museum of Arts and Design), 이스라엘 홀론 디자인 뮤지엄(Design Museum Holon) 등 세계적인 갤러리와 박물관에서 선굵은 전시를 진행한 바 있다. 남다른 에너지가 담긴 작업물을 선보여온 하이메 아욘은 엘르데코(Elle Deco), 아키텍처 다이제스트(Architectural Digest) 등 공신력 있는 국제 어워드에 몇 번이나 이름을 올렸고 <월페이퍼>가 선정한 ‘최근 10년간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 100인’(2007), <타임>이 선정한 ‘가장 창의적인 아이콘’(2014)에 선정되며 세계적인 톱 디자이너로서 입지를 다졌다.
프리츠한센의 파븐(Favn)소파와 앤트레디션의 팔레트(Palette)테이블, 나니 마르퀴나(Nani Marquina)의 카펫 전부 그의 손을 거친 제품. 하이메 야욘은 재료와 형태, 공간에 제약을 두지 않는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이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녔지만 그는 항상 본인을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라고 소개한다. ‘디자인과 예술은 무엇으로 구분 짓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그의 말은 작업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콘셉트와 조형적 아름다움, 기능, 거기에 품질까지, 디자인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손색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많은 작품이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예술가와 디자이너를 구분 지으려는 대중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 더욱 완벽에 완벽을 기한다고.
언뜻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보이지만 사실 하이메 아욘은 엄청난 워커홀릭이다. 매일 아침 재미난 일을 벌일 생각으로 침대에서 일어나고, 잠드는 시간까지 부지런히 영감을 찾는다. 희망과 즐거움을 잃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다 보면 사람들을, 더 나아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아욘. 물건으로 세상을 바꿀 생각을 하는 이 독창정인 사람을 아티스트, 디자이너, 크리에이터, 그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

공간을 이야기로 채우는 마법

하이메 아욘이 리모델링한 스페인 마드리드의 라 테라사 델 카시노의 레스토랑 전경. 자이언트 페이스 모티프 의 캐비넷과 조명등, 화병 등 이곳에서도 아욘만의 엉뚱한 디자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호텔 라 테라사 델 카시노(La Terraza Del Casino)에 자리잡은 시어터아욘(Theatrehayon) 컬렉션. 화병, 촛대, 주전자, 식기 등에 특유의 토테미즘적 디자인을 담아냈다. 독특한 모양과 다채로운 색감, 재미난 표정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하이메 아욘의 가구는 끊임 없이 말을 건다. 이야기가 없는 디자인은 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철칙이다. 겉모습만 그럴싸한 디자인은 아무리 그 모양이 아름다워도 금세 지루한 것이 돼버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을 보면 작은 소품에도 특유의 엉뚱하고 재미난 사연이 담겨 있는데, 예를 들어 바카라와 협업한 크리스털 캔디 세트는 열대지방으로 떠난 보석의 이야기를, 야드로와 협업한 판타지 컬렉션은 가족과 사랑,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17년 애틀랜타 하이 뮤지엄에 설치한 <메리 고 주(Merry Go Zoo)>. 원숭이, 닭, 토끼 등 동물을 형상화한 동상을 제작해 아이들이 마음껏 올라타고 뛰어 놀 수 있게 했다.
그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은 영감의 원천이 된다. 언제 어디서 즐거운 이야기를 만들어줄 소재를 만날지 모르기에 모든 순간을 충실히 산다. 마지스의 피나 체어는 달콤한 파인애플에서, 앤트레디션의 캐치 체어는 포옹하는 모습에서, BD 바르셀로나의 BD 쇼타임 컬렉션은 클래식 뮤지컬에서 영감 받아 탄생했다. 그는 주로 가족, 사랑, 행복 등 삶에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는 것으로부터 영감을 얻는데, 이 영감은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영감을 통해 하나의 에너지를 빚어내고, 이를 통해 또 다른 에너지가 탄생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 많은 이들이 그를 연금술사라 부르는 이유다.
하이메 아욘은 그간 다양한 미디어와 세미나, 강연 등을 통해 한국 사람들 앞에 서기도 했지만 그의 작품을 국내에서 직접 경험하긴 힘들었던 것이 사실.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이자 스타 디자이너인 아욘의 대표작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한국에서 열렸다. 오는 11월 17일까지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가구부터 회화, 조각,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한 대형 설치작업까지 140여 점의 다양한 작품과 개성 넘치는 디자인 히스토리를 알차게 담았다. 예술가, 디자이너, 크리에이터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하이메 아욘의 이야기를 통해 그간 잊고 지낸 동심을 되찾아보자.
Editor_ Sung Ha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