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Education

역사는 단지 사실을 기록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역사는 우리의 현재, 미래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 더욱 중요하다.

한일 관계의 악화로 역사 인식에 대한 이슈가 커지는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해 부모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을 짚어본다.

엄마, 아빠에게 필요한 역사관과 가치관

“엄마, 우리 집에도 일본 거 있어? 일본 거는 다 나쁜 거야?” 기습적인 질문을 하는 아이. 하지만 이런 아이의 질문에 무슨 대답을 해줘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힌다는 부모가 많다.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한일 관계를 차근히 설명하기에는 아이도 이해하기 어려울뿐더러 부모 자신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응, 일본은 나빠!” 식으로 단순하게 대답할 수도 없는 노릇. 요즘은 오며 가며 아이들도 뉴스나 어른들의 대화 속에서 일본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쉽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다 보니 역사를 잘 모르는 아이들은 ‘나쁘다, 싫다, 밉다’ 같은 혐오 정서를 먼저 흡수하기 쉽다.

간결하게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역사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피해버려서는 안 된다. 조금 더 그 관계를 깊이 있게 이해한 어른들이 정제된 언어로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아이들에게 역사 교육을 하기 전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부모의 역사관과 가치관 정립이다. 귀찮아서, 어려워서, 관심 없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피했던 부모라면 한번쯤 깊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에게 역사책을 읽어주기 전에 부모가 먼저 읽고 생각해볼 문제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려보거나, 아이와 역사 탐방을 가기 전 관련된 사건을 찾아보는 정도의 노력만으로도 부모 자신만의 역사관을 만들어갈 수 있다. 

학교 교육에서도 분명 경험하게 되겠지만 때때로 선생님의 가치관이 교육에 묻어나기도 하고 아이 스스로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그때 부모가 같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또 지금 어린 내 아이와 함께 역사를 체험하기 위해서라도 부모의 왜곡되지 않은 역사관 정립이 먼저 필요하다.

역사 교육의 쓸모

전문가들은 “다양성이 존중되고 세계화가 보편적인 이 시대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올바른 역사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양성 속에서 ‘나’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형성해가기 위해서는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역사를 알아야 하며, 이는 앞으로 살아가는 데 기준이 되는 가치관 정립에도 중요한 뿌리가 된다. 또한 역사적인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며 생각의 중심을 만들어가는 것 역시 자신의 삶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얼마 전 출간된 역사 강사 최태성의 책 <역사의 쓸모>에는 이를 잘 설명한 글이 나온다. “역사는 삶의 해설서와 같습니다. 문제집을 풀다가 도저히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우리는 해설을 찾아봅니다. 해설서를 보면 문제를 붙잡고 끙끙댈 때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해결의 실마리를 순식간에 발견할 수 있지요.” 

<역사의 쓸모>에서는 약소국인 신라가 삼국통일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일어난 역사적 사실을 통해 ‘혁신’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위기 상황에 닥쳤어도, 지금 현재 작고 부족해 보이더라도 자신이 무엇을 바라보고 나아가야 할지 명확히 목표를 정한다면 반드시 승산이 있다는 것.

조선시대 실학의 꽃을 피운 정약용의 경우도 오늘날을 사는 현대인에게 귀감이 된다. 18년 동안 귀양살이를 한 뒤 세상을 떠난 정약용의 삶은 때로는 비참하고 암담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탄하며 세월을 보내지 않고 자신이 유배지에서 할 수 있는 글을 읽고 쓰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 후세에 대학자로 추앙받았다.

반면에 고구려의 연개소문, 잉카제국의 아타우알파가 자만심으로 나라를 무너뜨린 역사에서는 겸손을 배울 수 있다. 이처럼 역사에 관심을 갖고 체험하고 느끼는 경험을 쌓아간다면 아이들은 어느 순간 인생의 선택의 기로에서 역사에서 배운 비슷한 장면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자신, 세계 그리고 사회를 하나씩 알아가는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어떤 것인지를 통합적으로 사고하게 돕는 역사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우는 역사 교육

역사 교육은 유아들의 선천적인 호기심에 부합한다고 한다. 타고난 호기심이 넘치는 유아기 아이들은 탐색과 발견, 그리고 궁금한 것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통해 알고자 하는 욕구를 채우고 상상력을 키우는데이 과정이 역사 교육 속에서 이루어진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과거의 일을 이야기해야 하는 역사 교육이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어려울 듯도 하지만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만 들려줘도 쉼 없이 질문하고 사소한 것까지도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말똥말똥한 눈을 떠올려보면 그 의문이 풀린다.

때때로 어른들까지도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은 역사 이야기 속에서 빛을 발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시간 개념을 알고 인과관계를 깨달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느낀다.

아이들에게 역사 교육을 할 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어제와 일주일 전, 1년 전 같은 시간 개념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구체적인 시기와 시간으로 역사를 다가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도 아이들의 시간 개념은 모호하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 구분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아주 오래된 옛날, 옛날, 지금 등으로 구별해 쉽게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저학년 자녀에게 부모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바로 역사책 1권부터 읽기다. 아직 시간의 흐름이 잡히지 않은 아이에게 시간 순으로 역사 이야기를 해주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아이가 좋아하는 시기, 유물, 인물에 대한 책을 찾아보는 게 더 흥미를 이끌 수 있다. 그러는 사이 자연스럽게 사건이 연결되고 이야기가 머릿속에 남는다.

유아기는 역사를 ‘가르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느껴보고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해 역사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에게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며 사진이나 그 시대 자료를 보여주며 지금과 비교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떤 사람은 역사가 단순히 사실의 기록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것은 착각이고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고 강조합니다. 역사는 나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예요.”
– <역사의 쓸모> 중

일상에서 쉽고 재미있게 역사 가르치기

역사 교육이 의미를 가지려면 아이들과 무엇이든 부딪혀보고 직접 해봐야 한다.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아이와 역사를 이야기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아이의 연령과 발달 정도를 고려해 우리 가족만의 역사 체험 방법을 구성해보자.

1 할머니, 할아버지 인터뷰하기
과거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듣는 이야기만큼 생생한 역사는 없다. 아이들에게 친근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다. 지나온 세월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와 함께 그 시대의 사진이나 사건을 찾아보자. 가족이 지나온 시간을 아는 것은 아이들에게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2 가족 연표 그리기
아이의 역사를 연표로 만들어보면 아이가 시간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 살 때부터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일, 좋았던 일, 나빴던 일 등의 사진을 준비한 다음 그 당시 아이의 나이를 적고 사진을 붙인 뒤 간단히 설명을 적는다.

아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기분이 어떤지, 지금과 그때의 다른 점은 무엇인지 대화를 나누어보자. 조선시대 같은먼 옛날뿐 아니라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모두 역사라는 점, 시간이 흘러 변하고 남아 있는 것들이 역사가 된다는 걸 알게 된다.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의 연표, 1년간 매월 있었던 일을 기록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속담 맞히기
속담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기 좋은 소재다. 아직 속담의 숨은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들과 속담 뜻 맞히기 게임을 해보자.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옛날이야기나 설화, 전설을 들려 주면 자연스럽게 과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아이가 옛날이야기에 호기심을 보인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이 된다. 덤으로 자연스럽게 언어의 은유와 비유 개념을 배운다.

4 역할극 놀이 하기
아이들과 역사적 사건에 대해 알아보고 관련 인물을 중심으로 역할극을 해본다. 역사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물론, 인물의 감정이나 생각을 스스로 생각해보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도를 넓힐 수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위인이 주인공인 책을 부모가 함께 읽은 뒤 책 속 내용 중 가장 흥미로운 사건을 선택하자. 등장인물을 정한 뒤 각자 배역을 맡아 역할극을 하거나 등장인물과 배경을 스케치북에 그림으로 그린 뒤 가위로 오려 인형극을 해봐도 재밌다.

5 역사적 인물에게 편지 쓰기
역사적 인물에게 편지를 써보자. 아이가 인물에게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하거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며 아이의 가치관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순신 장군님, 화살을 맞았을 때 아프지 않았어요?’ ‘전쟁에서 지면 억울하지 않아요?’라는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질문이 나왔을 때 틀렸다고 지적하거나 과도하게 설명해주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아이에게는 즐거운 놀이의 하나인 것이 자칫 지겨운 시간으로 느껴질 수 있다.

6 역사 스토리텔링 시간 갖기
역사 탐방 후 신문 만들기, 역사 유튜버 되어보기 같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아는 것을 풀어놓는 시간이 아이들에게 필요하다. SBS <영재발굴단>에는 지금까지 꽤 여러 명의 역사 영재가 등장했는데, 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책에서 본 내용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 또하나는 새로 안 사실을 이야기로 풀어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다.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스토리텔링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그러니 아이가 새로이 안 사실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방법을 함께 찾고 영상으로 찍어보자.

또 책에서 본 내용을 바탕으로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방문했다면 사진을 찍고 이를 주제로 신문이나 책을 같이 만들어보자. 다녀온 곳을 기록하는 셈도 되고, 아이에게 더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다. 단, 부모가 먼저 관련 사실을 인지해 왜곡된 역사 지식을 남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요즘 가기 좋은 역사 속 여행
한일 관계 악화로 과거사가 더 중요해진 요즘. 아이에게도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직접 보고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 곳곳마다 아이들 수준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한 역사 여행 스폿을 소개한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1908년 경성감옥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1987년까지 약 80년 동안 감옥이었던 곳이다. 지금은 전시를 통해 일제 식민 통치에 대항한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 의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독립운동에 대한 열망을 꺾지 않았던 선현들의 정신을 기릴 수 있는 곳이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형무소가 꺼려진다면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서대문독립공원도 좋다. 아이들에게 교육과 재미를 동시에 주는 역사문화 탐방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독립기념관
천안에 위치한 독립기념관은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애국선열의 고귀한 정신을 기리는 곳이다.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역사 교육 장소로 손꼽히는 이곳은 국내 최대 전시 시설을 자랑한다. 총 7개의 전시관과 4D 입체영상 관람, 다양한 체험 등을 통해 당시의 상황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오감으로 그 시대를 느껴볼 수 있다. 미리 신청하면 가족독도체험 등의 교육 프로그램도 참여할 수 있다.

전쟁기념관 어린이박물관
전쟁기념관 어린이박물관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과거 우리나라에 있었던 전쟁 이야기와 우리 조상들이 어떤 일을 겪고 싸워왔는지 잘 설명해놓은 곳이다. 특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 <무궁화 할머니>, 6·25전쟁 참전국 국기를 퍼즐로 맞추는 놀이 등아이들이 직접 체험해보는 게 많아서 초등학교 저학년은 물론 유치원생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1시간으로 홈페이지에서 예약한 뒤 방문하면 좀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Editor : Moon Eun Young (Freelancer ) 

Cooperation : <역사의 쓸모>(최태성 저, 다산초당)

Image : www . shutterstock .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