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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귄 지 3개월 만에 결혼을 결심했다는 미 소플레테의 이현풍·김지겸 대표.

취향까지 꼭 닮은 두 사람과 지율이가 함께 사는 신혼집은 여전히 ‘완성 중’이다.   

부부는 소파에 앉아 맞은편에 스크린을 내려 영화 보는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 지율이와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다.

이현풍·김지겸 부부는 가치관부터 취향까지 꼭 닮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연인이었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2016년 겨울. 취미로 그림을 그리던 현풍 씨가 친구들과 함께 카페를 대여해 자그맣게 전시회를 열었는데, 그곳에 지겸 씨가 방문한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현풍 씨는 지겸 씨를 처음 봤을 때 한눈에 반해버렸다. 첫 데이트에서 아홉 시간이나쉴 새 없이 수다를 떨고도 헤어지는 발걸음이 아쉬웠을 정도. 시의 구절을 써 내려간 손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온 두 사람의 결혼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연인이 된 지 9개월째, 결혼을 3개월 앞둔 두 사람은 신혼집이 될공간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당시 회사원이었던 부부는 각각 파주와 압구정으로 출퇴근해야 했기 때문에 중간 지점인 강서구를 가장 먼저 알아봤다. 그 지역의 세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애초에 부부의 입맛대로 전부 리모델링할 생각이었기에 집의 컨디션보다는 구조나 분위기를 신경 써서 살폈다. 하지만 정해진 예산 안에서 구조와 위치, 분위기를 모두 만족할 만한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힘들게 찾아가 보면 사진과 다른 모습에 실망을 안고 돌아서기를 수십 번.

그렇게 동네를 돌고 돌아 만나게 된 곳이 바로 지금 살고 있는 50년된 빌라의 4층 집이다. 방 3개가 딸린 112.39㎡(34평) 규모의 구옥은 창이 시원하게 나 있어 하루 종일 해가 잘 들고, 대여섯 시쯤이면 빨래가 너풀대는 건넛집 옥상 뒤로 노을이 아름답게 드리운다.

해질녘 큰 창 너머로 빛이 들이치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일부분 남겨둔 목재 천장과 수납장 위로 보이는 세모꼴의 창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거실.
수납장을 가득 채운 식기들은 부부가 여행 때마다 야금야금 사 모은 것들이다.

손맛으로 가꾼 오래된 4층 집

현풍 씨는 집에 머무르는 자신들의 모습이 공간 속에 하나의 풍경처럼 자연스레 녹아들길 바랐다. 그래서 부부는 시간이 들더라도 둘만의 방식대로 직접 집을 고치는 방법을 택했다.

집의 뼈대인 나무 기둥과 거실의 목재 천장, 창문 정도만 남기고 세월의 흔적이 잔뜩 묻은 벽지와 장판, 싱크대 등을 전부 걷어내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철거를 한 뒤에는 거실부터 작업실로 쓰는 조그만 방까지 집의 모든 벽에 질감을 더했다. 퍼티코트를 직접 펴 바르고 말리기를 다섯 번 이상 반복해야 하는 길고 고된 작업이었다. 회사원 신분이던 두 사람은 퇴근 후 벽을 바르다가 새벽 3~4시쯤 지쳐 잠드는 생활을 한 달이나 반복해야 했다.

“퍼티코트 작업은 정말 힘들었지만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에요. 집에서 제일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곳이 벽면이잖아요. 거칠게 바른 이 벽이 저희 집만의 분위기를 완성해주는 것 같아 시선을 둘 때마다 뿌듯하답니다.”

부부는 주방 역시 크게 손보았다. 아내의 로망이었던 커다란 후드를 설치하려면 주방의 동선부터 싱크대와 조명 위치까지 전부 바꾸어야 했기 때문이다. 시공을 맡겨볼까도 고민했지만 시공사에서 내놓은 디자인 중에 부부의 집에 적용할 만한 것은 없었다.

내추럴하게 마감한 벽에 깔끔한 타일이나 반짝반짝 윤이 나는 목재는 어울리지 않았다. 결국 부부는 원목을 사들여 싱크대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원목으로 상판을 제작한 뒤 아래에 천을 달아 수납공간을 만들고, 싱크대 위에는 답답한 상부장 대신 남은 원목을 다듬어 왁싱한 선반을 달았다. 시간과 품이 들긴 했지만 선반 옆쪽으로 허술하게 막아놓은 배기구 구멍마저 소박하고 귀엽게 느껴지는, 부부의 취향이 가득 담긴 주방이 완성됐다.

갓 5개월이 된 지율이에게 아빠 현풍 씨는 최고의 개그맨이다. 세 식구가 함께할 때면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고.

평소에는 쇼핑을 거의 하지 않지만 여행을 가면 이것저것 사모으기 바쁘다. 직접 도색한 책상과 수납장위 소품도 전부 여행길에 구입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통일하기 위해 아일랜드 수납장도 부부의 취향대로 다시 색을 입혔다.

꿈과 횃불 그리고 가족

얼마 전 부부는 스페인어로 ‘나의 횃불’을 뜻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미 소플레테 mi soplete’를 론칭했다. 

회사원으로서의 생활을 전부 내려놓아야 했던 두 사람에게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지만 무섭기보다 즐겁고 설레는 마음이 훨씬 앞섰다. 함께 미래를 그리던 연애 시절부터 그토록 바랐던 부부의 꿈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홈 프레그런스 제품 위주로 판매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빈티지 엽서와 각종 패브릭 액세서리 등을 차례차례 더해나갈 예정이다. 이곳에 첫발을 들인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부부의 공간은 여전히 완성 과정에 있다.

“처음 살림을 꾸리기 시작했을 때는 각자의 물건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면, 지금은 두 사람의 추억이 깃든 물건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흘러 지율이가 말을 할 수 있을 때쯤이면 세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물건들이 또 한 아름 생기겠죠?”

주인을 닮은 물건들로 집을 채워가는 것, 그게 가족 그리고 집이 완성되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김지겸 대표. 소중하고 예쁜 마음으로 ‘우리 집’을 가꿔나가고 싶다는 부부의 공간은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까?

밀랍을 녹여 모양을 잡아 다듬는 방식으로 초를 제작하는 지겸 씨의 작업 공간.

지겸 씨가 디자인한 초들. 좋아하는 숫자와 컬러를 직접 선택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밀랍을 녹여 모양을 잡아 다듬는 방식으로 초를 제작하는 지겸 씨의 작업 공간.

미소플레테의 제품들이 탄생하는 부부의 작업실. 부부는 하루의 반나절을 이곳에서 실험하며 보낸다.

Editor : Sung Ha Young
Photos : Kim So 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