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raw

평범한 엄마들이 붓을 들었다. 그녀들이 손끝으로 그려낸 일상 속 특별한 위로와 행복.

신윤원

일러스트레이터·모션그래픽 디자이너, 39세, 경력 4년 차, 4세 아들 엄마, @titibird1488
다이닝 테이블에서 아들과 작업 중인 신윤원 작가.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회사에서 모션그래픽 디자이너로 9년간 일하다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고 싶어 프리랜스 모션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작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작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생활하며 보고 들었던 것이나 느꼈던 다양한 감정 등을 마음에 차곡차곡 쌓았다가 어느 순간 재가공해 그림에 반영해요. 누군가 내 그림을 감상하며 잊고 있던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작업하고 있죠.

다채로운 색감과 디테일한 표현이 시선을 끄는 일러스트레이션이에요.

순수 회화를 전공해서 붓이 익숙해요. 아크릴물감과 과슈가 제가 원하는 색과 표현을 구현하는 데 적합하더라고요. 스케치한 후 흰색 등 아크릴물감으로 큰 면적을 칠하고 디테일한 부분은 투명한 느낌 표현을 돕는 과슈로 컬러링해요
휴식이 간절한 작가의 마음을 담은 <힐링타임>

작품을 직접 보거나 구매할 수 있나요?

의외로 많은 분들이 SNS를 통해 작품을 판매하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활발한 활동뿐 아니라 앞으로는 작품 판매 방법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보려고요

엄마가 된 후 그림이 달라졌나요?

지나가는 할머니의 굽은 등만 바라봐도 뭉클해질 정도로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늘었어요. 저 굽은 등에 얼마나 많은 노고와 고뇌가 숨어 있을까 싶어요.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에 집중하게 된 것 같아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늘 휴식이 간절한데, 그래서인지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많아요.
작업과 육아 등으로 지친 작가의 휴식에 대한 열망을 표현한 <고양이 숲>

특별한 양육법이 있나요?

자유롭게 표현하며 생각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 최대한 의견을 존중해주고 있지만 가끔은 ‘훈육을 해야 하나’ 고민할 때도 있어요. 전문가용 미술용품으로 그림을 그리겠다고 고집피울 때가 있거든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고뇌에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같아요.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요?

좋은 그림을 봤을 때 설레면서 영감이 샘솟기도 해요. 저 또한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아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제 그림을 통해 소통하며 소소한 즐거움과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요.

Jessi Raulet

화가, 32세, 경력 4년 차, 2세 딸 엄마, @ettavee, www.ettavee.com
홈 아틀리에에서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제시와 사바나 모녀.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파리에 거주하는 미국 출신의 추상예술가 제시 룰렛입니다. 브랜드의 아트디렉터와 그래픽디자이너로 10년 정도 일하다 4년 전부터 아티스트로서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시도하고 있어요. 직접 그린 그림으로 일상용품을 만드는 브랜드 ‘에타비’를 론칭해 운영하고 있는데요. 휴대전화 케이스, 원화를 프린트해 담은 액자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대담하고 컬러풀한 디자인이 특징이에요.

작품을 만들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요?

색에서 좋은 에너지를 얻고 또 그 에너지를 작품에 녹이려고 노력해요.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컬러가 영감의 원천이죠. 또 예상하지 못한 공간과 순간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해요. 파리 공원의 짙푸른 초록색, 남프랑스의 청록색 바다 같은 것들에서도요.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 기법에 대해 알려주세요.

대부분의 작품에 아크릴물감과 금박을 사용해요. 특히 금박 소재는 화려함과 동시에 따뜻함을 주는 효과가 있어 선호하는 재료예요. 그리고 붓 터치로 다양한 형태와 패턴을 완성해요. 최근 한국의 여성복 브랜드와 협업을 했다고 들었어요패. 션 브랜드 올리비아 하슬러와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했어요. 팬톤, 롤리 슈즈 등 다양한 국적의 브랜드와 작업해봤지만 아시아 브랜드와는 처음이라 더 설레었고, 제 작품이 프린트된 의상도 멋졌어요.
거침없으면서도 섬세한 붓놀림으로 독특한 작품 세계를 펼치는 제시 룰렛.

딸을 키우는 예술가 엄마의 일상이 궁금해요.

작업은 평균적으로 주 3일 정도 진행하는데, 주로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는 날을 택해요. 딸과 함께 있는 날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먼저 이메일로 업무를 체크하고, 그다음 아이와 할 수 있는 새로운 활동을 찾아봐요.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그림 그리는 엄마를 보며 자라다 보니 예술을 친숙하게 느끼고 남다른 열정도 있어요. 항상 제 물감을 가지고 놀고 싶어 하죠. 가끔은 숨겨야 할 정도예요.

딸에게 영감을 받아 작업한 경우도 있나요?

딸아이가 손가락으로 색칠하는 것에서 영감을 얻어 어른들을 위한 핑거페인팅 책을 내려고 준비 중이에요. 독자들이 핑거페인팅을 통해 긴장을 풀고 아이와 같은 순수한 크리에이티브와 경이로움을 경험하면 좋겠어요.

앞으로 목표와 계획이 있다면요?

아이는 매일 제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만족하며 생활하는 것을 보며 자라고 있어요. 이러한 엄마의 모습에 영향을 받아 딸 또한 언젠가는 자신의 열정에 따라 살아가길 바라요. 또 SNS로 고객과의 소통도 이전보다 더 열심히 할 계획이에요.

윤지영

화가·일러스트레이터, 39세, 경력 16년 차, 9세 딸 엄마, @mars0920
딸과 함께 자주 작업을 하는 윤지영 작가.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대학과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지금은 다양한 재료로 회화와 일러스트 작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작업을 위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요?

여행 등을 통해 마주하는 생경한 풍경과 자연의 모습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요. 그리고 작가로서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같은 일러스트레이터인 남편이 이를 잘 알고 배려해주는 것도 도움이 되고요.
작가가 좋아하는 물과 식물 사이에 자유로이 부유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 <떠 있는>.

‘담긴’, ‘떠 있는’이라는 동작을 주제로 한 연작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오래 작업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졌어요. 엄마가 지친 걸 알아챈 딸을 보니 더 이상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내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죠. 식물과 물을 좋아하는 제 모습에 상상력을 더해 표현한 작품이에요.

주로 어떤 재료를 사용하시나요?

전공인 동양화 재료보다 편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재료를 고려하다 보니 종이와 과슈, 펜, 색연필 등으로 작업 도구가 달라졌어요. 전통 수묵이나 안료를 사용할 때보다 좀 더 아기자기하고 세밀한 작업이 가능해 저만의 스타일도 생겼고요.
물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수영장 타일의 표현이 재미있는 작품 <떠 있는 >2.

작품을 직접 보거나 구매할 수 있나요?

7월에 열리는 ‘2019 서울일러스트페어’에 참가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평소에는 네이버 그라폴리오와 SNS를 통해 그림을 연재하고요. 작품 구입은 갤러리서포먼트 (www.gallerysuppoment.com)를 통해 할 수 있어요.

엄마가 된 후 작품 세계가 어떻게 변화됐나요?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이 제 작품의 첫 번째 관객이에요. 냉철하게 평가도 해주고 색감이나 분위기를 느끼는 대로 말해줘요. 엄마가 되기 전에는 보여지는 이미지에 살을 붙이고 꾸미는 것에 노력을 기울였다면, 지금은 나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솔직하게 그림으로 표현해요.
작업은 세필로 섬세한 터치를 요한다.

어떻게 생활하시나요?

아이가 자는 평일 밤에 주로 작업을 하고, 주말이면 온 가족이 근교 여행이나 캠핑을 즐기고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기도 해요. 야외 활동은 우리 가족에게 에너지가 충전되는 시간이에요.

특별한 자녀 양육법이 있나요?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에게 억지로 무언가를 배우게 하기보다는 엄마인 내가 즐겁고 좋아하는 걸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요. 제가 살아가는 삶의 모든 순간이 좋은 밭이 되어 아이가 그 토양에서 좋은 양분을 먹고 튼튼하게 자라길 바라요.

앞으로 목표에 대해 알려주세요.

가끔 딸이 쓴 글이나 그림에 묻어나는 감정이나 상상력을 마주하면 놀라울 때가 있어요. 언젠가는 아이가 쓴 글에 제가 그림을 그리거나 반대로 제 글에 아이의 그림을 더해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는 그림책을 펴내고 싶어요.

노혜정

일러스트레이터·포토그래퍼, 39세, 경력 11년 차, 5세 아들 엄마, @hejj_drawing, www.hejj.kr
자연물을 관찰하며 아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는 노혜정 작가.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려요.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오브제도 만들고요. SNS나 이메일로 작품을 의뢰받아 판매하기도 해요. 아이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보는 키즈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고요.

작업을 위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요?

평소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산책하면서 마주하는 평범한 일상의 순간과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요. 아이의 관심사 때문에 새로운 작업의 영감을 얻을 때도 있고요.

다양한 작업을 하는 만큼 이를 표현하는 노하우가 궁금해요.

‘보고 느낀 뒤 만들어보기’ 또는 ‘사진을 찍고 그림으로 그리고 또 손으로 만들기’ 등의 과정으로 작업을 진행해요. 드로잉과 직접 찍은 사진을 조합해서 콜라주 작업을 할 때도 있고요. 색종이와 실크프린팅 패브릭을 조합할 때도 있어요. 사진을 찍는 행위를 통해 관찰을 하고, 이어 그림을 그리고, 그 형태를 다시 오브제로 만드는 과정이 하나의 기록인 셈이죠.
특유의 터치감이 돋보이는 콜라주 작품.

작품을 소장하고 싶다면요?

작업 의뢰는 SNS와 이메일을 통해 받아요. 아이들을 대상으로 클래스도 여는데요. ‘비디씨아트스튜디오’, ‘코지홈’ 등에서 패브릭 인형을 만들거나 오래된 티셔츠 가방에 동물 그림을 실크프린팅 한 뒤 색칠하는 수업 등을 진행했어요

엄마가 된 후 작품 세계가 어떻게 달라졌나요?

엄마가 되기 전에는 사진 작업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그림과 오브제 작업 등을 병행하고 있어요. 아이와 함께할 때 새로운 작업의 아이디어를 얻곤 하는데, 아이와의 대화 시간이 점점 작업을 공유하는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어요.

일과가 궁금해요.

아이가 등원하고 나면 ‘하루에 하나는 작업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손을 움직이며 시간을 보내요. 토요일이면 아이와 함께 근처 인왕산에 올라 산책을 하며 자연과 교감하려고 하고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걷기만 해도 마냥 행복해요.
자연의 색감이 전해지는 사진 작품 <버던트(verdant, 2013)>.

특별한 자녀 양육법이 있나요?

 도시에 살아도 내 아이만큼은 자연을 벗 삼았으면 해서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함께 집 주변 산책을 자주 다녔어요. 시간이 날 때는 서울에 있는 궁궐을 찾아가기도 하고요. 엄마와 함께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많아서인지 아이가 또래보다 곤충과 나무, 동물 등 자연에 관심이 많아요. 미술 놀이를 처음 한 게 생후 18개월 무렵인데, 엄마와 즐겁게 시간을 보낸 덕분에 다섯 살이 된 지금은 스스로 미술 놀이를 즐겨요. 혼자 자연사 책을 보며 좋아하는 곤충을 그려보고 만들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아티스트이자 엄마로서의 목표가 궁금해요.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또 아이와 즐겁게 놀이하듯 작업하는 삶을 이어가고 싶어요.
Freelance Editor_ Kim Sung S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