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g Saem Mool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손꼽히는 정샘물.

치열하게 살아온 삶 앞에서 한 번도 뒷걸음친 적 없는 그녀는 지금 인생을 자신만의 화폭에 담아 풍성하게 채색하는 중이다. 삶이 곧 예술이 된 그녀 그리고 두 딸 아인이, 라엘이와 함께한 특별한 외출.

Beautiful Life

깨끗하고 맑은 외모, 상대방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환한 미소. 독특한 디자인의 동그란 안경을 끼고, 단정하게 묶은 검은 생머리를 시그너처 스타일로 가진 정샘물 원장은 대한민국 대표 뷰티 멘토다. K-뷰티가 자리 잡은 지 30여 년. 스무 살이 되면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시작한 그녀는 K-뷰티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일찍이 남달랐던 발군의 메이크업 실력 또한 많이 회자되었지만 그녀를 떠올리면 ‘열정’이라는 키워드가 늘 함께 따라온다.
정샘물 원장이 입은 레이스 소재 블라우스 맥앤로건 턱시도 느낌의 재킷 마인 드레시한 실루엣의 슬랙스 랄프로렌 아인이의 화이트 블라우스와 플레어스커트 모두 아비에 화이트 니트 카디건 봉쁘앙 화이트 레더 스니커즈 우트 라엘이가 입은 아이보리 컬러 블라우스와 튀튀 스커트가 매치된 롤업 팬츠 모두 일루 그레이 컬러의 스니커즈 버디 레이스 소재 보닛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메이크업에 입문하기 전인 학창 시절부터 사회생활에 뛰어들었어요. 아버지의 연이은 사업 실패로 고등학교 학비를 직접 벌어야 했거든요. 고등학교 3년 내내 서울에 유명 대학에서 교수님의 연구 자료를 나르고, 책상 정리를 하며 심부름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작은 체구에 두꺼운 책과 서류 등을 한 움큼 안고 학교 복도를 열심히 뛰어다녔죠. 그런데 살아보니 인생이 참 재미있어요. 그때 인연으로 제가 3년 전 그 학교에서 강연을 할 기회가 생겼어요.”
날이 갈수록 형편이 기울어지는 탓에 특별히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서양화를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고전 미술, 특히 인물화에 빠져들었던 정샘물 원장. 책장 한구석에 꽂혀 있던 어머니의 화집에서 발견한 렘브란트,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거장의 인물화는 초등학생이던 그녀에게 아름다움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일깨워준 계기가 되었다.
“어머니는 인체를 크로키로 담아내는 작업을 즐기셨는데 그 모습을 보며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대상을‘사 람’으로 삼아야겠다고 그때부터 마음먹었던 것 같아요.”
아티스트였던 어머니는 그의 첫 번째 뮤즈이자 스승이기도 하다. 배우 이승연의 전속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어느 날, 자신의 얼굴을 캔버스 삼아 작업했던 딸이 화장한 얼굴을 보며 어머니가 한마디를 건넸다.
“샘물아, 마스터와 아닌 사람의 차이가 뭔 줄 아니? 마스터는 궁금증을 일으켜. 방법이 읽히지 않지. 그런데 너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무얼 바르고 무엇을 칠했는지 모두 읽히는구나.”
전 세계가 열광하는 ‘투명 메이크업’의 인스피레이션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Make-up is Art

정샘물식 메이크업은 뷰티 제품을 물감처럼 조색해 본연의 피부를 돋보이게 하는 투명 메이크업을 그림 그리듯 표현하는 화장법으로 유명하다. 마치 화가가 물감을 사용하듯이 파운데이션과 파우더, 립스틱 등을 팔레트에 조색해 베이스를 다지고, 컬러를 입히는 식이다.
“제가 도입한 국내 투명 메이크업의 역사도 근 30년이에요. 그만큼 기술도 진화했어요. 최근 투명 메이크업 트렌드는 거의 하지 않은 듯한 느낌을 구현하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단편적으로 얼굴의 표피만 해석해서는 안 돼요. 사람마다 지닌 고유한 아름다움을 발견해내고 그에 어울리는 컬러 베리에이션을 적용시킨 뒤 자연스러운 텍스처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녀의 작업 세계는 순수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2007년 떠난 뉴욕에서의 유학 시절을 통해 더욱 단단해졌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이다 보니 자연스레 얼굴에 관심이 가니까 교수의 지적에도 줄곧 인물화만 그렸죠. 하지만 그렇게 나만의 작품 세계에 몰두하다 보니 내가 지닌 고유성을 발견하게 되었고, 지금의 정샘물 비즈니스를 존재하게 한 뷰티 이론까지 확립시킬 수 있었어요.”
또한 4년간 순수 미술을 전공하며 파인 아티스트로서의 입지도 견고히 다졌다. 샌프란시스코의 파머스 마켓에서 느꼈던 햇살과 공기, 바다 내음, 버스커들의 연주 등은 자연의 색과 텍스처, 이미지를 구현해내고자 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순수 예술 지망생에게 아름다움의 원천을 느끼게 해줬다. 또한 유학 시절 함께하던 작가들과 예술 지망생들과의 꾸밈없는 교류는 자극이자 즐거움이었다.
정샘물 원장이 입은 아일릿 디테일의 화이트 블라우스 봉쁘앙우먼 플로럴 패턴의 플레어스커트 자라 아인이가 입은 인디 핑크 컬러의 셔츠 드레스봉 쁘앙 라엘이가 입은 핑크 체크 패턴 블라우스, 화이트 컬러의 블루머, 핑크 컬러의 레이스 보닛 모두 일루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후 그녀는 사업을 더욱 확장할 수 있었다. 대기업과 함께 홈쇼핑 메이크업 브랜드를 만들었고 5년 후 ‘정샘물’이라는 오리지널 K-뷰티 아티스트 브랜드를 론칭했다. 공부를 하며 창안한 고유의 뷰티 이론을 적용시키는 동시에 K-뷰티 트렌드를 접목시킨 제품은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를 더해가는 중이다. 그녀가 선보이는 메이크업은 아트로 승화된다. 내면과 외면의 모습을 분석한 뒤 다양한 표현 기법과 배려의 애티튜드를 겸비해야만 최상의 아름다움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에는 브랜드의 색을 견고히 다지고자 플래그십 스토어 ‘정샘물 플롭스’를 오픈했다.
정샘물 원장이 사랑하는 예술 세계를 많은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매장과 동시에 문화 예술 전시와 체험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샘물 원장은 스타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그녀의 작업에서 ‘뮤즈’는 중요한 요소.
그녀는 외모는 물론 내면에서부터 고유의 에너지가 우러나오는 인물들에게서 매력을 느낀다. 배우 이승연을 시작으로 전지현, 김태희, 이효리, 수지 등이 그녀의 손길을 거쳐간 스타들이다. 모두 그녀 특유의 투명 메이크업으로 미모의 ‘리즈’ 시절을 만들었고, 특히 전지현의 경우에는 투명 메이크업으로 대표되는 K-뷰티의 콘텐츠는 물론 국내 뷰티 시장을 성장시키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중국에 K-뷰티를 알리는 발판을 마련해준 탕웨이 역시 정샘물과 작업한 대표적인 스타로 지금 예술과 육아, 여자로서의 삶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누는 인생의 좋은 친구가 되었다.

We are Family

최근 그녀에게는 무엇과도 대신할 수 없는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생겼다. 바로 두 딸 아인이(7세), 라엘(3세)이다. 아티스트이자 엄마로서 삶의 모든 순간을 예술이자 영감으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아이들이 거리낌 없이 그린 선의 움직임과 과감한 색채 조합, 손으로 아무렇게나 찢거나 가위로 오린 종이를 보며 그간 느껴보지 못한 자유로운 표현에 매료되고 있어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서 조건 없는 사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고요. 육아는 힘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제게 행복이자 영감이고 무한한 에너지가 돼요.”
많이 알려진 대로 6년 전 그녀는 첫째 딸 아인이를 공개 입양을 했고, 2017년에는 둘째 라엘이를 맞았다. 공개 입양을 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이 어려웠던 선택이 인생에서 가장 감사할 일이라 생각한다.
“가족이 물려줘야 할 진정한 유산은 DNA보다 가족마다 지닌 특별한 문화와 선한 가치가 아닐까요? 가족의 형태가 결정되는 것은 단지 방식의 차이이고 모든 형태의 가족이 존중받아야 하죠. 얼마 전 지인인 두 가족이 입양을 결심했는데, 지금은 이전보다 더욱 단단한 가족이 되었어요. 입양을 고려하고 있다면 급하게 절차를 밟는 것보다 실제로 아이들이 맡겨진 기관이나 단체와 교류를 하며 봉사활동을 해보는 것을 추천해요.”
두 아이와 함께 행복한 가정 생활을 꾸리는데는 인생의 소울메이트이자 동료이기도 한 남편의 조력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체계적인 비즈니스와 과감한 도전 또한 남편과의 완벽한 협업에서 탄생한다. 처음 만났을 때 남편 유민석 대표는 정샘물 원장의 순수한 열정에 반했다. 정샘물 원장은 그의 카리스마와 사람을 이해하는 깊이, 배려심 등에 매료됐다. 두 사람은 끌렸고, 결혼을 결심했다. 부부는 서로의 가장 큰 서포터이자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도전적인 면모가 잘 맞는 최고의 동반자다.
유민석 대표는 소문난 딸바보 아빠이기도 하다. 부부가 일할 때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은 두 딸과 함께하는데 육아의 분담도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목욕과 로션 바르기, 머리를 말리고 묶어주는 등의 케어는 주로 엄마 담당이고, 밥을 먹이고, 놀아주는 것은 아빠의 몫이다. 부부의 훈육 스타일은 각자의 역할이 있는데 엄마 정샘물 원장은 다소 엄격한 편이다. 아직 어려 예의범절을 지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가끔 엄마의 기준에서 어긋난 행동을 하는 모습을 발견하면 단호하게 가르친다. 행동에 책임감을 부여해주기 위해서다.
정샘물 원장이 입은 화이트 셔츠 마시모두띠 화이트 컬러의 롱스커트 데무 컬렉션 스트랩 샌들 레이첼콕스 남편 유민석 대표가 입은 화이트 셔츠와 그레이 컬러의 롤업 팬츠 모두 자라 네이비 컬러의 니트 재킷과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인이의 화이트 컬러 원피스 일루 소재감이 돋보이는 슈즈 H&M 키즈 라엘이의 화이트 컬러 보디슈트 베베드피노 레이스 소재 보닛 초코엘
반면 아빠 유민석 대표는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면 바른 가치관이나 예의 등은 자연스럽게 체득되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사랑을 먼저 주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니 균형감도 맞고, 아이들도 기준에 대해 배우며 안정적으로 잘 자라고 있다. 또한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성향과 연령에 따라 교육을 시키고 있다.
“엔터테이너 자질을 많이 지닌 아인이는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내재된 에너지를 분출하며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리듬체조, 요가, 수영 등의 예체능 수업을 하고 있어요. 조만간 유명 유튜버와 방송을 함께할 예정이에요. 라엘이는 아직 어려 어떤 분야에 흥미를 느끼는지 좀 더 지켜보려고 해요.”
부부는 아인이와 라엘이가 서로 가장 의지하는 자매 사이가 되길 바란다. 또한 그들에게 부모는 친구 그리고 늘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존재가 되고 싶다. 아이들이 힘든 일을 겪을 때 망설임 없이 제일 먼저 찾아오는 사람이 부모이길 바란다.
행복하게 일하고 커 나가는 아이들과도 오래 함께하려면 건강은 필수. 정샘물 원장은 플라잉 요가와 테니스를, 유민석 대표는 테니스와 야구 등의 액티비티 등으로 체력 관리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일상과 업무를 해내며 겪는 스트레스나 지친 마음을 살피고 다스리기 위해 자기 전 매일 습관처럼 명상을 하며 내면의 관리도 챙긴다.
또한 부부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삶으로 실천하고 있다. 결혼 20주년과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을 기념해 기부를 하고 다양한 봉사활동 및 강연을 이어가며 나눔의 가치를 함께하고 있다. 특히 보통의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소외된 환경의 여성들과 아이들을 돕고자 여성가족부 멘토와 서울시 홍보대사 등의 활동도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다.
시대를 이끄는 창의적인 아티스트이자 기업의 오너, 엄마, 아내 그리고 자기자신으로서 하루하루를 충실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정샘물 원장. 일상의 성실함과 단단한 철학에서 비롯된 특유의 맑고 환한 에너지가 빛나는 그녀에게 중요한 삶의 가치를 물었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내일,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염려하기보다 오늘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다 보면 더 나은 내일은 자연스럽게 찾아오죠. 소중한 오늘을 열심히 사세요!”
Editor_ Kim Il A
Interview_ Kim Sung Sil
Photos_ Kim Tae H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