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s Table

메이(May)는 14년 차 푸드 스타일리스트다. 요리연구가이자 티 페어링 전문가이고, 식재료 커머스의 대표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든 콘텐츠 프로바이더, 메이 김유진을 만났다.

요리 칼럼을 섭외하기 위한 전화 통화 너머로 앳되지만 단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유진입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출출닷컴이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어요.” 2000년대 초 미국의 대표 한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요리 사이트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운영자인 그녀를 찾았다. 다양한 해외 식재료 정보와 국적을 넘나드는 특별한 레서피를 다루던 요리 웹사이트 ‘출출닷컴’은 미국 교포들 사이에서는 물론, 다양한 국내 매거진에 소개되며 한국 주부들에게도 금세 입소문이 났다. 요리 정보를 중심으로 주부들이 다양한 관심사를 나누던 사이트는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지 않은 시기에 하루 3000여 명의 방문자가 다녀가며 큰 인기를 끌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신혼 생활을 하는 동안 ‘출출닷컴’을 성공시킨 그녀는 이후 한국에 정착한 뒤 푸드 스타일리스트와 요리 연구가로 활동하며 ‘메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메이는 저널리스트를 전공한 기획자 출신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한국에 돌아와 출판사를 다녔어요. 자기 계발서가 유행하던 시절, 출판 편집자로 일하면서 반복적인 업무에 한계를 느꼈죠. 이대로 평생 직장인으로 살 것이라 생각하니 불안했고, 퇴사를 결심했어요.”
푸드 콘텐츠 그룹, 메이스테이블의 젊은 푸드 스타일리스트 안주희와 이지원 그리고 디렉터 메이. 메이스테이블의 멤버들은 제철 식재료로 자신의 메뉴를 기획하고 회의를 통해 선정된 레서피를 최종 완성하여 메이스 매거진과 요리책을 통해 소개한다 . 새로운 레서피는 한 달 7~8개씩 개발되고 그중 슬라이더처럼 새로운 음식 트렌드를 만든 메뉴도 있다. 각 멤버들은 레서피뿐 아니라 그릇, 장, 소 사람 등 요리에 대한 모든 이야기들도 직접 글을 써서 올린다. 메이스테이블에서는 올해 수저 세트, 앞치마 등 한판정 컬래버레이션 제품 개발 또한 다시 시작할 준비로 분주하다. 공간은 거실의 메인 월.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백자를 사진가 최수연 작가 가촬영해 작품으로 만들었다. 장식장은 북유럽 빈티지 가구 숍 @b2project_gallery에서 구매한 것.
당시 국내는 PC 통신을 중심으로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산되던 시기. 시공간이라는 물리적 제약이 없는 온라인은 미디어를 공부한 그녀에게 콘텐츠를 생산, 공유, 확산하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신세계였다. 인터넷이라는 블루오션을 놓고 자본력이 있는 이는 플랫폼을 만들고, 아닌 이는 직원이 되어 산업이 형성되는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메이는 작가나 취재원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정보를 소개하는 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내 자신이 작가이자 콘텐츠 생산자가 되고 싶었고, 덜컥인 1인 기획사를 차려 IP(Information Provider : 정보제공자)라는 직업을 가졌다. 1년 여 정도의 경험을 하고 당시 잘 나가던 웹기획사에 들어가 IP로 일하며 미즈닷컴, 쑥쑥닷컴, 사이버주부대학 등의 콘텐츠를 담당했다.
일에 대한 열정과 확신으로 약 5년의 짧은 시간 동안 당찬 커리어를 쌓은 그녀는 이후 다시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새로운 생활과 일을 준비하면서 ‘웹을 통해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일을 더욱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었다.
“미국에서 새로운 생활을 준비하던 삼십대 초반에 슬럼프가 심하게 왔어요. 한동안 힘들었는데 어느 날 ‘사이트를 만들어야 해!’라며 정신을 차렸죠. ‘어떤 주제를 다룰 수 있을까’를 생각했어요. 평소 요리가 취미이자 외할머니, 다섯 이모, 어머니까지 외가로부터 물려받은 타고난 손맛 덕분에 요리에는 자신이 있었죠. 그런데 시작에 앞서 생각해 보니 그동안 인터넷은 늘 일이었고, 한 번도 즐겨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재미있게 ‘노는 인터넷’을 해보고 싶었죠. ‘출출닷컴’은 그렇게 시작됐어요. 지금이야 누구든 내가 먹은 밥을 찍어 개인 NSS에 올리는 시대이지만, 당시에는 처음으로 다른 집 밥상 사진을 보는 사이트라는 기획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이후 지원이를 임신하고, 출산 후 이유식을 올리기까지 레서피뿐 아니라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회원들에게 따뜻한 응원을 많이 받았는데 아직도 캡처해두고 있을 정도로 당시의 제게 큰 힘이 되었어요. 이런 소통의 경험이 지금도 여전히 디지털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이유이고, 요리를 통해 많은 분들과 따뜻함을 나누고 싶은 부분이에요.”

콘텐츠로 소통하는 메이만의 문법

집 안의 하이라이트 공간인 다이닝 룸은 비튼 디자인 가구 박정균 작가의 식탁과 헤이의 의자, 무이의 랜덤, 레이몬드 조명들로 힘 있게 꾸몄다. 메이스테이블 식구들의 회의실이자 클래스와 손님 초대 공간으로 사용된다. 올해는 하우스 토크를 진행해볼 계획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예정이다.
매사에 신중하지만 일에서만큼은 진취적인 성향을 지닌 그녀는 한국에 정착해 요리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늘 새로운 행보를 보여 왔다. 메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요리업계에 푸드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을 알린 대표 주자이자 푸드 콘텐츠 그룹 ‘메이스테이블’을 만들어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메이스테이블은 메이를 디렉터로 푸드 콘텐츠 창작자들이 모인 크리에이티브 집단이다. 요리를 직접 만들고 스타일링하는 업무는 물론 요리 단행본 출간, 온라인 요리 매거진 발행 등으로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한다. 또 일본 가정식, 도시락, 파티 요리, 전통 디저트, 티 페어링 등 개성 있는 쿠킹 클래스를 히트시키고 14년째 꾸준히 운영해오고 있다. 직접 디자인한 식기, 도마 등 주방용품 브랜드를 론칭하는가 하면, 메이의 레서피로 만든 메뉴와 소품을 판매하는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식재료 커머스, 메이스푸드를 오픈하는 등 음식이라는 주제 아래 실험과 확장을 통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수많은 플랫폼이 생겨나고 지는 시대. 특히 메이스테이블은 플랫폼 트렌드를 선점하며 유연하게 콘텐츠를 운영해오는 점이 눈에 띈다.
“주부 유저를 중심으로 카카오스토리가 확산되었을 때 메이스테이블 페이지를 오픈하고 순식간에 32만 명의 회원이 모였어요. 실제 레서피를 따라 요리를 해 먹고 정말 맛있었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책임감도 커졌어요. 나의 레서피가 어느 하루, 누군가의 기분 좋은 한 끼가 되는 거니까요. 다양한 플랫폼을 거쳐 현재는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통해 회원, 팔로어들과 만나고 있어요. 모두 비주얼을 강조하는 플랫폼들이지만, 사진에 집중하지 않고 역으로 메모이자 일기처럼 글을 많이 쓰고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등 감성적으로 소통하고 있어요. 시대와 플랫폼은 수시로 변하지만 저와 같은 주부들, 여자들, 일상과 밀접한 요리 이야기 등은 서로의 공감대와 진정성이 있어야 진짜 소통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메이스테이블의 모든 활동도 이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요. 스태프 각자가 직접 요리를 만들고, 레서피를 개발하고, 글을 쓰고, 소통하면서 하나의 온전한 전문가로 성장하죠.”

온고지신의 크리에이터

어린 시절 엄마 메이가 머물렀던 방은 이제 아들 지원이가 사용한다. 아이 방에서 바라본 앞집의 한옥 뷰가 운치 있다.
새로운 것은 과거의 지혜를 통해 견고하고 풍성해진다. 지난해 메이는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오랫동안 가족이 살던 집에 그녀가 들어가게 되면서 작업실과 살림집을 합치고 직접 공간을 완성했다. 1973년에 지어진 집은 연희동 궁동근린공원 아래에 위치한 작은 연못과 정원이 있는 평화로운 주택. 9190년대 중반 가족이 이사와 자녀들이 각자의 가정을 꾸려 독립하고, 부모님이 지내시다가 3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어머니만 계시던 집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 그녀에게도 의미가 깊었다.
“직장 생활을 하던 싱글 시절,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대문 앞 계단에 앉아 이런저런 사색에 잠기다 들어가곤 했어요. 이 집은 제가 꿈을 찾게 도와준 고마운 곳이기도 하죠. 62년 전 가족이 이사를 오면서 대대적으로 리모델링을 하고, 부지런한 어머니가 잘 돌봐온 집이긴 하지만 워낙 오래되고, 수리가 필요한 것들도 많았어요. 이번에 작업실과 주거 공간을 합치면서 손수 집을 고쳤어요. 모던하게 바꾸고도 싶었지만 살기 편하게 만들면서 어머니의 손길과 가족의 역사를 변함없이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길 바랐어요. 어머니는 가족의 추억이 담긴 집이 뜯겨지는 것이 내심 섭섭하셨는지 공사하는 3개월 동안 한 번도 와보지 않았는데, 완성된 후 무척 기뻐하셨어요. 마당에 작은 연못, 천장의 홍송 서까래, 나무 창호와 미닫이문, 나무 계단 등 어머니의 손길이 닿은 것들을 고스란히 남겨두었거든요.”
한국 고가구 반닫이와 3D 프린팅 기법으로 만든 류종대 작가의 현대식 소반, 루이스 폴센의 파테라 조명이 어우러져 세련된 멋이 흐르는 다. 실천연 조색해 바른 겨자색 벽지는 최근 담백한 흰색으로 교체했다.
다이닝 룸이 내려다보이는 2층 전경. 옛집에 있던 홍송 서까래와 비타 에오스 조명, 빈티지 체어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이다.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미니멀한 인테리어의 양옥집은 1층은 작업실, 2층은 주거 공간으로 사용한다. 1층은 원래 안방이 있던 자리를 터서 거실과 주방, 다이닝 룸이 하나로 트인 널찍한 오픈 스튜디오 형태로 완성했다. 이전 안방이던 거실에서는 창을 열면 바로 정원이 보인다. 거실의 나무 창호 역시 2 6년 전 어머니가 만든 것을 다시 달았다. 창호 밖으로 툇마루를 내어 날이 좋은 계절에는 걸터앉아 정원과 연못을 즐길 수 있게 했다. 1층 한구석에는 다실도 위치한다. 티 클래스를 하거나 손님이 오셨을 때 다실로 사용하는 공간으로 한지에 콩기름을 먹여 바닥을 만들고, 어머니가 사용하시던 고가구 반닫이와 메이의 현대 공예 컬렉션을 조화시켜 담백하게 완성했다.
2층은 가족이 사용하는 주거 공간이다. 1층과 2층 사이 숨겨진 작은 다락방은 메이의 취미인 만화책이 있는 공간이자 다기 컬렉션을 디스플레이한 다실이다. 연희동 주택가와 멀리 남산까지 내려다보이는 근사한 뷰를 자랑하는 2층은 침실과 아이 방, 아담한 거실과 널찍한 테라스가 종일 따뜻한 햇살을 머금고 있는 평화로운 공간이다. 군더더기 없이 꾸민 미니멀한 집은 메이의 취향으로 선택한 글로벌 조명 컬렉션으로 생동감과 개성을 더했다.
2층은 가족이 사용하는 주거 공간이다. 1층과 2층 사이 숨겨진 작은 다락방은 메이의 취미인 만화책이 있는 공간이자 다기 컬렉션을 디스플레이한 다실이다. 연희동 주택가와 멀리 남산까지 내려다보이는 근사한 뷰를 자랑하는 2층은 침실과 아이 방, 아담한 거실과 널찍한 테라스가 종일 따뜻한 햇살을 머금고 있는 평화로운 공간이다. 군더더기 없이 꾸민 미니멀한 집은 메이의 취향으로 선택한 글로벌 조명 컬렉션으로 생동감과 개성을 더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오감을 열고 자신의 콘텐츠를 실험하고 성장시켜온 메이. ‘늘 가장 안전한 것만을 선택했다’는 생각에 시시때때로 성찰의 순간이 찾아온다는 그녀는, 그렇지만 누구보다 부지런히 그리고 밀도 있게 변화에 대해 고민해온 콘텐츠 전문가다. 메이는 이제 더 큰 협업에 대해 고민한다.
메이스테이블의 모든 스태프가 실력 있는 전문가가 되어 시장을 개척하길 기대하고, 요리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분야를 넘어 고루 존중받길 바란다. 또한 그녀가 존경하는 궁중음식연구원의 한복려 원장님처럼 시대의 장인이자 어른이 요리 분야에서 꾸준히 존재하며 후배들에게 좋은 공부와 희망이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메이는 오늘도 여전히 하루하루의 일상을 정갈하고 반듯하게 가다듬는다. 부모님이 가꾼 아늑한 정원에 벚꽃이 환하게 피는 봄이 오면 그녀의 공간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담을 타고, 행복의 기운을 전할 것이다. 오늘도 정답게 일상의 안부를 건네는 메이의 따뜻한 인사말과 함께 말이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완성해주는 전경. 봄에는 싱그러워지는 앞마당과 목련 나무 등이 그림처럼 걸린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를 넘어 푸드 콘텐츠 프로바이더이자 디벨로퍼로 새롭게 영역을 만들어 가며 진화하는 중인 메이. 요리를 통해 희망과 긍정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그녀의 보다 깊고 풍성해질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Editor_ Kim Il A
Photos_ New 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