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RN MOMS

엄마의 미덕을 희생과 인내로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들은 삶에서 커리어를 펼칠 수 있는 시기를 제한하지 않고,

사회의 부당한 처우에 지혜롭게 말할 줄 알며,

나와 내 가정이 함께 서는 삶을 고민한다.

그래서 요즘 엄마들은 더욱 강하다.

 

패션 브랜드 안다르의 신애련 대표,

독립서점 책발전소를 운영하는 방송인 김소영,

엄마의 권리를 모색하는 작가 이성경,

전문 스케이트보더 이지나 씨가 말한다.

지금 그들이 사는 ‘엄마의 삶’에 대하여.

코트 진존잼 부츠 아쉬.

WHAT MOM CAN DO

SHIN AE R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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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브랜드 위주였던 국내 액티브 웨어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사람이 있다. 2015년 누구나 입을 수 있는 편안한 요가복을 만들겠다는 신념 하나로 브랜드를 론칭해 지금의 안다르를 일구어낸 신애련 대표다.

자신의 경험과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불과 4년 만에 업계 1위 기업으로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
성공한 젊은 CEO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는 그녀와 나눈 일과 가정, 삶에 대한 이야기.

창업하기 전 요가 강사로 활동하셨다고 들었어요.
요가는 어떻게 시작하신 건가요?

얼마 전 영화 <분노의 질주>를 봤는데 거기에 이런 말이 나와요. ‘머리보다 몸에 담긴 철학을 믿어라.’ 저는 이 말에 완전히 공감해요. 사람의 몸은 많은 걸 설명하거든요.

체형과 습관에는 자신의 삶이 담겨 있어요. 예를 들어 화가 많은 사람은 흉곽이 열려 있고, 소극적인 사람은 흉곽이 닫힌 체형이 많아요.

요가는 이런 몸을 자연스럽게 바꾸어주는 운동이에요. 다듬으면 다듬을수록 노력의 결과가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는 점이 매력적이죠.

안다르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요가에 매료된 뒤로 꾸준히 요가를 해왔어요. 처음에는 그냥 운동을 좀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건데 알면 알수록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런데 딱 하나 힘들었던게 있다면 불편한 운동복이었어요. 당시 한국에는 제대로된 요가복을 만드는 국내 브랜드가 하나도 없었거든요.

언젠가는 누군가가 만들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18개월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만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남편과 직접 만들어보기로 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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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남편과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남편과는 23살 때 친구 생일 파티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만났어요. 그때는 저희 둘 다 어렸죠. 남편이 키가 작은 편인데 그게 콤플렉스이지 않느냐 물으니 전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나중에 키가 큰 사람들이 나한테 인사하게 만들면 된다고 하더군요.(웃음) 그게 참충격적이었는데, 한편으론 그 자신감이 멋있게 느껴졌어요.

둘이 힘을 모아 조그맣게 시작했던 사업이 이렇게까지 커질수 있었던 것도 남편의 도움이 가장 컸어요. 힘든 시기에도 그넘치는 자신감이 단단한 기둥이 되어줬으니까요

신애련 대표가 입은 원피스 렉토 귀걸이 지예신

예서가 입은 원피스와 블라우스, 보닛 클로딘

한참 회사가 성장할 때 첫아이를 가지셨어요.

어릴 때부터 좋은 가정을 꾸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고 싶었고요. 그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건 저에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좋은 사람을 만났고, 결혼을 했고, 지금쯤이면 아이를 가져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죠. 임신을 계획하자마자 예서가 생겼는데, 사실 그 당시에 사업이 힘든 시기였어요.

밖에서는 좋아 보였을지 몰라도 초기 사업이라는 게워낙 불안정하고 기복이 심하잖아요. 두렵기도 하고 걱정도 됐지만 남편의 믿음직스러운 응원과 보살핌으로 이겨낼 수 있었어요.

집 그리고 일터에서 신애련은 어떤 사람인가요?

생각보다 허술한 사람이에요. 저는 본디 욕심이 많은 사람인데, 예서가 태어난 직후에는 뭐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 정말 힘들었어요.

공부를 잘하지도, 그렇다고 제대로 놀지도 못하는 학생이 된 듯한 기분이었죠. 완벽한 엄마도, 완벽한 커리어우먼도 아닌 사람. 그런데 두 쪽 다 완벽한 사람이 되는 건불가능하더라고요.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인정하고 포기하는 연습을 오래 했어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 그것만 해도 충분하다며 마음을 다잡았죠.

일하는 엄마이다 보니 아이에게 미안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아이를 혼자 두고 나갈 때면 항상 미안해요. 그런데 엄마로서 제대로 해주지 못할 때 찾아오는 우울과 불안, 자괴감 같은 감정이 아이에게 전염된다는 거 아세요?

은연중에 드러나는 감정을 아이도 똑같이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 감정을 없애기 위해저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게 바로 이유식을 만드는 일이었죠.

매일 놀아주지는 못하지만 제가 자리에 없을 때에도 예서에게 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예서에게 미안한 마음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고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 같은데 본인만의 해소법이 있나요?

예서를 볼 때. 예서와 함께하는 시간은 늘 즐거워요. 매 시간 붙어 있지 못하니 더 그렇죠. 매일매일 달라지는 예서를 보면 너무 신비로워요.

어느 날은 제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데 립스틱 바르는 흉내를 내면서 마지막에 ‘빠’ 하는 입모양까지 따라 하는 거예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예서 앞에서는 행동을 조심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는 순간이었어요.

예서는 어떤 아이인가요?

약간 애어른 같은 타입이에요. 텔레비전도 잘 안 보고, 유튜브도잘 안 봐요. 막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는 것보다 뭔가 꼬물꼬물 만지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과일가게나 아이스크림가게 놀이 같은 걸 하면서 놀죠. 예서는 점원, 저는 손님으로요. 책 읽는 것도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한 번 꽂힌 책을 여러 번 다시 읽는 걸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하루 종일 같은 책을 계속 읽어준 적도 있어요.

예서가 어떤 아이로 자랐으면 하나요?

예서가 가끔 거울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되게 맘에 들어 할 때가 있거든요. 그 모습을 볼 때면 엄마로서 행복해요. 본인을 사랑할줄 아는 아이구나 싶어서요. 그 마음이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자기 자신을 믿고 아낄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란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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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ATION OF HER DREAMS

KIM SO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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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은 2012년 MBC 아나운서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뉴스데스크>, <뉴스 24> 등을 진행하며 메인 뉴스 앵커로 입지를 다져갈 즈음 결혼을 했고 얼마 뒤 퇴사를 결심했다.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기보다 자신이 더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평소 북큐레이션을 즐기는 취향을 살려 7개월 뒤 독립서점 ‘책발전소’를 열었다. 퇴직금까지 모두 끌어 모아 시작한 책방은 밀도 있는 책 큐레이팅으로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현재 그녀의 서점은 3호점을 개점할 정도로 규모를 계속해서 넓혀가는 중이다. 변화는 또 있었다.

결혼과 창업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던 그녀에게 첫딸 셜록이가 찾아온 것. 서점의 CEO로 밤마다 발전의 행로를 고민하던 김소영은 요즘 캄캄한 새벽 딸을 재우며 불면의 밤을 행복하게 이어가는 중이다.

2020년은 딸 셜록이와 맞이하는 첫 새해네요.

네, 아이를 낳은 후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간다는 걸 매일 실감하고 있어요. 가을에 태어난 딸 셜록이도 햇수로는 벌써 두 살이 되었네요.(웃음)

아이를 처음 마주했던 순간 기분이 어땠나요?

첫아이여서 그런지 꿈꾸는 것처럼 멍했어요. 이젠 정말로 엄마가 되었다는 상황이 믿겨지지 않았거든요. ‘이 아기가내 딸이라니… 정말 뱃속 아이가 세상으로 나온 건가?’ 계속 되묻기만 했어요.

아이를 낳고 나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출산 전에는 나보다 타인을 많이 신경 썼는데 엄마가된 이후로는 나 자신과 내 가족에게 집중하게 되었어요. 방송인으로 살아갈 때는 아무래도 타인의 시선을 무시할수 없었는데 지금은 용기가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남을 의식하는 데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나 자신감을 유지하기 위한 불필요한 긴장 상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어요. 어떤 이미지에 연연하지 않으니 일에서는 더 많은 섭외나 제안이 들어오기도 해요.

이전에는 몰랐던 걸 알게 된 게 있나요?

언젠가 부모님이 “소영아, 널 키우면서 힘들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조숙한 편이어서 제 나름 어른스러운 딸이었다고 자부하기도 했고요.(웃음)

그런데 막상 딸아이를 키우다 보니 사람은 절대 혼자 클 수 없는 존재라는 걸깨달았어요. 새벽 5시에 잠을 뒤척이다가도 저를 보고 방긋 웃어주는 셜록이를 보면서 ‘엄마의 사랑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크구나, 감히 내가 모르는 순간이 많았겠다’ 싶어요.

출산 전후의 삶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아요.
어떤 일에도 삶의 밸런스를 잘 조절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할까요.

조절보다는 그저 악으로 깡으로 하는 스탈이었던 것같아요. 내가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어떤 상황에도 해내자는 타입이었는데, 아이가 태어나면 내 의지대로할 수 없는 순간이 생기잖아요.

일의 목표를 잡고 계획을 세밀하게 세우지만 정작 과정은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죠. 그 상황에서 현명하게 조절을 해나가는 법을 지금 다시 배우고 있어요.

“제 장점은 ‘회복탄력성’이 강하다는 거예요. 스트레스를 받아도 잘잊고 사람을 미워하는 일도 거의 없어요.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그래도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엄마로서, 방송인이자 CEO로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중요한 것은 제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천천히 나아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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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이자 CEO로서 자신에게 바라는 모습이 있나요?

아이는 제가 자라던 때와는 다른 시대에서 살아갈 텐데 그차이를 알고 서로의 사고가 다를 수 있다는 걸 유연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꼭 엄마로서가 아니라 대화를 끊임없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거든요.

딸이 이야기를 터놓을 사람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신뢰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죠. 그리고 제 장점은 ‘회복탄력성’이 강하다는 거예요. 서툰 엄마로서, 초보 CEO로서 가끔 실수를 하더라도 “괜찮아” 하고 훌훌 털고 그마저도 제 모습으로 받아들이면서 나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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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었던 책 중에서 한 권을 추천한다면요?

이다혜 작가의 책 <출근길의 주문>을 추천하고 싶어요.
미혼, 기혼 등과 같은 사회적 상황과는 관계없이 여성 근로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에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 자신에게 ‘더 잘하자, 더 열심히 하자, 계속하자!’ 이렇게 주문을 외우듯이 채찍질을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기술하거든요. 제 경우만 보더라도 출산 전날까지 일을 했고, 또 아기를 낳은 후에는 잠시 쉬고 복귀한 상황이었어요.

그냥 잘하자는, 다소 건조한 상태로 일을 시작하려던 찰나 ‘왜?’라는 질문이 떠오르더라고요. 그 ‘왜?’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에요.

2020년의 계획이 있다면?

일단 현재 운영 중인 서점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고객과 직원 수가 많이 늘었어요. 손님들이 오셔서 즐기기에도, 또직원들이 함께 일하기에도 더 좋은 환경이 갖추어지도록 서점 사업에도 꾸준히 애정을 기울일 예정이에요. SNS 외에도 유튜브 채널 ‘띵그리TV’를 통해서 더 진솔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NOW MOM SPEAKS!

LEE SUNG G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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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 발간되어 화제가 되었던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는 이성경을 비롯해 총 11명의 페미니스트 엄마들이 기혼 여성의 페미니즘에 대해 신랄하게 이야기한 책이다.

이성경은 이 책에서 ‘남편은 내 돌봄 노동에 빚이 있다’, ‘이제야 시어머니가 진심으로 궁금하다’ 등의 글을 쓰며 건강한 페미니즘 방안을 자신의 경험담으로써 제시한다.

엄마의 권리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모임인 ‘부너미’를 통해 이성경은 ‘엄마들의 언어’가 지닌 힘으로두 번째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2020년을 살아가는 모던 맘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엄마라는 존재와 삶에 대해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바로 위 세대의 삶만 보더라도 참는 게 미덕인 때가 있었죠. 자식을 위해서, 남편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부당한 상황을 침묵하기도 하고요. 요즘 엄마들은 교육 수준이 높아서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석할 힘이 있어요.

성장 과정에서 온전한 ‘한 사람’으로 존재했던 경험이 있고, 엄마가 되었다고 해서 ‘나’라는 존재를 쉽게 포기하지 않아요. 불평등한 상황을 인지했을 때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수단과 힘도 있죠.

<82년생 김지영> 같은 책이나 영화 등의 매체가 여성의 삶을 진실하게 담아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요. 시대의 흐름은 점점 엄마들이 말할 수 있는 분위기로 변해가고 있어요.

지난해 결혼 생활에서 건강하게 페미니즘을 영위할 수있는 방안을 제시한 책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를 발간하셨는데 책을 낸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29살에 결혼을 했는데 조금 더 늦게 해도 좋았을 것같아요.(웃음) 엄마의 삶에 대해 현실적인 고민과 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았던 탓에 결혼 생활 내내 출산과 돌봄 노동의 실태가 살벌하게 느껴졌죠.

저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결혼 상대와 출산 후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못했어요. 무엇보다 결혼 이후의 삶을 현실적으로 들여다볼수 있는 눈이 필요해요. 저는 아이를 낳고 반강제적으로 전업주부가 된 삶에 더 이상 수동적으로 반응하기는 싫었어요.

그래서 변화의 주체가 되기를 희망하는 엄마들과 페미니즘 탐구모임 ‘부너미’를 결성했어요. 함께 읽고 쓰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책을 내게 된 거죠.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남편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어요. 제가 하던 말을 이젠 책으로 읽게 되니까 실감하는 정도가 참 다른가 봐요. ‘마누라’라는 호칭에 대해 불편함을 표하던 저에게 “넌 너무 유별나” 하던 사람이 이제는 절대 ‘마누라’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저만의 시간과 생활을 존중해줘요.

처음엔 돈을 벌지 않는 제가 가사를 맡는 걸 ‘당연하게’ 여기던 사람이었는데, 얼마 전 제가 ‘부너미’ 모임에 나간 사이 김장 김치까지 담가놨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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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도 영향을 주었을 것 같아요.

자연스레 아이들과 아빠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예전에는 남편이 주말에 학원을 다녀서 제가 아이들을 돌보았지만 지금은 그 반대거든요.

남편은 주말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만들어 주거나 같이 여행을 다녀와요. 다행히 아이들이 아빠와 보내는 시간을 무척 좋아해요. 어린이집에서 “우리 집 요리사는 아빠”라는 말을 했대요.(웃음)

엄마, 아빠 모두가 아이들과 친밀한 유대관계를 맺을 때 건강한 가족을 형성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현재 부너미가 두 번째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어요. 기혼 여성들이 겪는 섹스 불평등에 대해 11가지 주제로 다룬 책이에요. 이렇게 제 일을 하나씩 진행하면서 이성경이라는 개인의 삶에 더욱 집중할 생각이에요.

육아와 커리어를 병행하는 데 있어 우리 가족을 도와줄 조력자나 충분한 자원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필수적이에요. 그동안은 아이들이 어려서 한계가 있었지만 이제 첫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스스로 할 수있는 일이 많아지는 시기에 접어들죠.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엄마의 희생’이 아닌, 각자의 역할에 의해 돌아가는 유기적인 공동체임을 알려주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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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EMENT FOR MOVEMENT

LEE JI 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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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프로 스노보드 선수로, 다음 날은 신나게 춤을 추는 사람으로, 또 다른 어느 날은 스케이트보드 선생님으로,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바쁜 하루를 사는 사람. 여자, 아내, 엄마 그 어떤 수식어보다 ‘나’ 이지나로 살아가고 싶다는 그녀를 만났다.

춤도 추고, 보드도 타고, 광고도 찍으시고 정말 다이내믹한 삶을 사시는 것 같아요.

맞아요. 좋아하는 일을 재미있게 하다 보니 운 좋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제 인스타그램에 보드 연습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면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게 차츰차츰 쌓이니 계정을 보고 다양한 브랜드에서 연락을 주셨어요.

좋은 기회였죠. 같이 클래스를 열기도 하고, 광고 촬영도 하고, 스폰서가 생겨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보드를탈 수 있게 됐고요. 요즘에는 반스코리아에서 주최하는 걸스 스케이트보드 클리닉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요.
여자들이 보드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안전하게 탈 수있도록 알려주는 선생님으로요.

에너지가 정말 대단해요. 그 체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그냥 그렇게 태어난 것 같기도 해요. 계속 움직여야 살수 있는 사람으로. 가장 중요한 건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자세예요. 한번은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허리 쪽을 크게 다친 적이 있어요. 걷기도 어려울 정도였으니 운동은 당연히 할수 없었고, 전부 다 포기해버리고 싶었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제가 해야 할 건 운동 하나더라고요. 그때그 슬럼프 이후로는 초연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그 시기를 이겨내고 나니 일을 대함에 있어서 더 겸손해졌고, 더 단단해졌어요.

지나 씨의 가족이 궁금해요.

남편과는 5년 전 크리스마스에 스키장에서 처음 만났는데, 말을 할수록 잘 통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 같아서 좋았어요.
서로의 부족한 점을 서로가 갖고 있었기 때문에 둘이 함께한다면 서로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죠. 그렇게 결혼을 했고, 동시에 윤재를 갖게 됐어요.

운동하는 사람으로서 아이를 낳는 것이 두렵진 않으셨나요?

사실 윤재를 낳기 전 4개월 동안 혼자 하와이와 캘리포니아를 돌아다니며 태교를 했어요. 그건 윤재를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저를 위한 게 가장 컸어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인생의 대부분을 운동과 함께 살아왔는데, 아이를 갖고 나니 주변에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아기를 낳으면 너의 몸은 예전 같지 않을 거야.” “보드는 절대탈 수 없을걸?” 그래서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곳으로 떠나 마음을 다스리며 한 아이의 엄마가 될 준비를 하기로 결심한 거예요. 남편에게도 저에게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죠.

그런데 그곳에서 내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지며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고 나니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더라고요. 지금은 오히려 윤재를 낳기 전보다 더 건강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보드에 오른답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주변에 산후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을 많이 봤어요.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저는 전혀 없더라고요. 그것도 왠지 하와이와 캘리포니아에서 보냈던 시간 덕분인 것 같아요.

윤재의 엄마가 되고 나서 개인적인 시간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신기하게도 그래서 더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됐어요. 요즘은 자투리 시간도 아까워서 좋아하는 일을 할 때면 더 집중하고 몰입해요.

윤재는 어떤 아이인가요?

잘 노는 엄마와 공부하는 아빠를 정확하게 딱 반반씩 닮은 아이! 호기심이 많아서 궁금한 게 있으면 몸을 막움직여 뭐라도 해보려고 해요. 아직 말을 잘 못 하는데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막무가내로 인사하고 말을 붙여요. 좀민망하기도 한데 재미있고 웃겨요. 어쩔 때 보면 저보다도 더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다니까요.

2020년의 나, 그리고 가족은 어떤 모습이길 바라시나요?

‘해피 와이프, 해피 라이프!’라는 말이 있잖아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너무너무 좋고 더없이 행복하지만, 나 자신으로 바로 서는 시간을 조금 더 늘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제 컨디션이 좋아야 가정에도 더 충실할 수 있겠다고 느꼈거든요. 결혼도 처음이고, 엄마가 된 것도 처음이니 많이 서투르단 걸 알아요. 그렇지만 이게 저인걸요. 그저 몸과 마음만 건강하면 돼요. 서투르고 부족한 부분은 서로서로 채우며 살아가는 게 가족 아니겠어요?

Editor : Kim Min Hyung , Sung Ha Young
Photographer : Kim Tae H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