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her’s Girlhood

한때는 소녀였던 엄마의 추억이 묻어 있는 마을,

노바스코샤로 떠난 지민이네 가족 이야기.

정승연·안준영 부부는 올 초 조금 특별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17년 전 아내 승연 씨가 청소년기를 보냈던 캐나다 남동쪽 끄트머리의 노바스코샤주에서 지민이와 함께 8월한 달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K-Pop이 지금처럼 인기를 끌기 훨씬 전, 지구 반대편에서 온 여자아이에게 참 친절했던 곳이다. 여행이 결정된 후 승연 씨는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줬던 하숙집 할머니에게 연락해 며칠 신세를 져도 되는지 물었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반가운 목소리로 승연 씨 가족을 초대해주었다.

노바스코샤 하숙집 할머니의 아들이 여자친구와 함께 돌보는 골든리트리버와 금세 친구가 된 지민이.

승연 씨네 가족은 토론토에서 이틀, 몬트리올에서 사흘을 보낸 뒤 노바스코샤로 이동해 20일간 머물렀다. 승연 씨가 세운 이번 여행의 목표는 최선을 다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토론토와 몬트리올에서는 시차 적응에 중점을 두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숙소 주변 상점가를 걷다가 마음에 드는 간판이 보이면 들어가 구경하거나 느지막이 일어나 마트에서 사온 식재료로 평범한 한 끼를 차려 먹는 식이었다.

노바스코샤에서의 일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늘 시간에 쫓겼던 한국의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지내고 싶었다.

그래서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았고, 화장과 드라이에 시간을 쏟지도 멋지게 차려 입지도 않았다. 그저 티셔츠에 반바지나 레깅스 차림이면 충분했다.

그러자 오히려 매일 특별한 일들이 벌어졌다. 어느 날은 하루 종일 집 앞 바닷가에서 연날리기를 하며 기운을 전부 쏟아 붓기도 했고, 또 어느 날은 아무 이유 없이 숨이 턱 끝까지 찰정도로 힘껏 들판을 내달리기도 했다.

포도밭 한가운데 빨간 공중전화 박스로 유명한 와이너리 러켓 빈야드 Luckett Vineyards.

동네 정원에서 한아름 수확한 블루베리.

여행을 하며 승연 씨가 바랐던 건 언젠가는 어른이 될지민이가 캐나다 작은 마을의 따스한 배려를 기억하고, 그 배려를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딱 두가지였다.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안 걸까. 지민이는 엄마의 학창 시절 선생님을 만나고 온 다음 날, 바닷가에서 반짝이는 바다유리와 오묘한 빛깔이 감도는 돌멩이를 주워 17년 전엄마를 돌봐주셨던 할머니께 선물했다.

그 조그맣던 유리 조각과 돌멩이는 할머니뿐 아니라 부부의 추억 속에 무엇보다 값진 선물로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하루는 노바스코샤에서 같이 성가대를 했던 교회 할머니 댁에 깜짝 방문했다.

하숙집 할머니의 별장. 별장이 위치한 언덕 아래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Editor : Sung Ha Young
Photos : Jung Seung Yeon (@ bloomingbonb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