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KYUNG A

열아홉 데뷔 이래 송경아의 매력을 대체할 모델은 없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변함없다.

한 가지 일을 10여 년 이상 해왔다면 전문가라 불러도 손색없다. 시작부터 톱의 자리를 기복 없이 지켰다면 존경받아 마땅하다. 송경아는 21년 차 대한민국의 톱 모델이다. 고등학생 때 데뷔하자마자 매거진 표지를 장식하고 뉴욕, 파리, 런던, 밀라노 등 전 세계 런웨이를 누비며 오프닝과 피날레를 장식했다. 수많은 명품 브랜드가 사랑한 모델, 전 세계 패션 잡지와 무대를 장악하며 송경아는 슈퍼 클라스급 역량을 보여 왔다.
화려한 패션계, 주목받는 직업, ‘천생’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타고난 모델의 오라. 그리고 어느새 결혼 6년 차, 네 살 딸아이의 엄마가 된 송경아는 출산 2개월 뒤에도 무대에서 드라마틱한 캣워크를 보여줄 만큼 지금도 완벽한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굳건한 톱 모델의 자리에서 성공한 가방 디자이너이자 엄마 그리고 아내로, 오프라인은 물론 방송과 디지털 플랫폼을 넘나들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듯한 송경아를 그녀의 집에서 만났다.
최근 예능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며 화제를 모은 송경아의 집은 동빙고동에 위치한 주택 같은 복층 빌라다. 건물 꼭대기층에 자리해 상부 쪽으로 비스듬한 경사 벽면이 인상적이고, 아치형의 작은 창문이 여러 개 난 아늑하고 이국적인 공간이다. 평소 그녀의 예술적 감각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되어 왔다. 1, 2층 56평의 집을 그녀는 1년 여 동안 선반을 다는 것은 물론 타일을 직접 깔고, 가구도 제작하며 나만의 동선과 배치로 퍼포먼스하듯 직접 고치고 꾸몄다. 10여 년이 넘은 오래된 집은 경사 벽면과 독특한 구조, 기존 마감재들 때문에 전문가에게도 난이도 있는 공간이었지만 그녀는 적재적소에 들어맞는 가구와 소품 배치, 감각적인 셀렉션으로 가족의 공간을 완벽하게 완성했다.
프랑스 시골 마을의 오래된 주택 같기도, 예술가의 아틀리에 같기도 한 집은 평소 눈에 익지 않은 가구와 소품들로 채워져있다. 대량생산, 유행을 타 이 집 저 집 소장하고 있는 브랜드 물건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가구와 소품은 대부분 송경아가 직접 만들었거나 싱글 때부터 소장해온 물건들 그리고 전 세계 각지에서 마음에 들어 구입한 오브제 등을 시간을 두어 하나하나 모아온 컬렉션들이다. 남편이 싱가포르에서 근무할 당시 구입해 배로 들여온 라운지 패브릭 소파, 현지 가구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제작한 큼직한 나무장, 다양한 이국의 셀렉션이 편안하면서 컨템퍼러리한 감각으로 믹스매치되어 있다.
이제 제법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아장아장 뛸 정도로 자란 다섯 살 해이에게 엄마가 직접 꾸민 집은 공간 전체가 아이에게 최적화된 놀이터다. 평소 그런 생활이 가늠될 정도로 해이는 집 안 곳곳을 누비며 자신만의 놀이에 흠뻑 빠져 있다. 계단을 자유롭게 오르내리고, 거실 바닥에 누워 낮잠도 자고, 책상 위에서 엄마의 미술 도구로 그림도 그리는 해이의 일상을 보니 집 안의 모든 것이 더할 나위 없는 창의적인 장난감으로 보인다. 9년의 열애, 헌신적인 사랑, 자신을 지키고 성장시키면서도 가능한 안락한 가정생활. 세상이 그녀의 남편을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런 표현이 좋은지 안 좋은지 모르겠지만 평생 동안 정말… 아버지같이 보살펴주고 싶었어요.” 그 어떤 고가의 선물보다 빛나는 이 말은 송경아의 남편 도정한 씨가 방송에서 한 이야기다. 부모님을 제외하고 누군가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인생 참 성공했다고 느껴질 만큼 가슴을 가득 채우는 말이다. 열아홉에 데뷔하고, 3년 만에 대한민국 최고의 모델이 된 뒤 송경아는 뉴욕으로 훌쩍 떠났다. 단돈 20만원을 들고 꿈을 찾아 떠난 그곳에서 남편을 만났다.
“일을 시작하자마자 인기를 얻으면서 매너리즘이 빨리 찾아왔어요. 하루에도 촬영을 몇 개씩 소화할 정도로 바빴고, 당시 미국 비자가 있던 유일한 모델이라 해외 출장도 잦았어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떠난 미국에서 남편을 만났고 연애할 시간도 없어 일만 하던 시절, 지인이 초대한 한 파티장에서 소개를 받았죠. 어눌한 한국 말투로 인사를 건넸는데 ‘아재’ 같다고 할까, 제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꾸준히 연락이 왔고, 사귀게 됐고 10년을 연애하다 보니 인생의 그래프마다 이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숨 쉬듯 자연스럽게 들었죠.”
재미교포인 남편 도정한 씨는 다양한 직업을 두루 섭렵해온 흥미로운 이력이 있다. CNN 한국 지사 기자, PD, 뉴스 아나운서에서 외국계 기업의 홍보 마케팅을 하기도 했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하다 현재는 수제 맥주 사업가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린 나이에 화려한 패션업계 최전선에서 일하며 사람에 대한 상처가 많았어요. 힘겨워 하던 저를 보듬고 묵묵히 곁을 지켜준 사람이 바로 남편이에요. 무뚝뚝한 편인데, 깊은 내면이 있죠. 남편은 제게 늘 안정감과 충만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그것은 영감의 원천이 돼요.”
결혼 4년 차에 자연스럽게 생긴 딸 해이는 송경아 부부에게 삶의 새로운 행복을 주는 귀한 아이다. 남편 도정한 씨는 육아도 잘 도와주는데, 평소 깔끔한 습관을 살려 어지럽혀진 아이 물건의 정리정돈은 물론 매일 해이를 안고 책을 읽어주는 자상한 아빠다. 한 번 울면 4시간 동안 울음을 그치지 않을 정도로 잠드는 데 예민했던 해이를 4개월 차부터 매일 데리고 잘 정도로 아이에게 정성을 다해 친밀하게 교감한다.
모델 송경아에게 임신은 처음 겪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건강한 체질과 필라테스 등의 꾸준한 관리로 임신과 출산 과정이 축복받았다고 할 만큼 수월했지만 아이를 낳고, 그 생명체가 자라나는 과정을 엄마로서 매일 함께 지켜보며 낯설고 경이로운 순간들과 마주하고 있다.
“엄마에게 아이는 현실이죠. 처음에 해이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아이의 존재라는 것이 실감이 잘 안 났어요. 1년에 13회 제사가 있는 공무원 집안의 삼남매의 막내로 자라면서 사촌들도 많이 돌봐주기도 했는데 어릴 때는 이런 환경에 지치기도 했어요. 그런데 막상 내 아이를 낳고 보니, 시간이 갈수록 예쁘고 마음속에서 사랑이 우러나오는 것을 느껴요. 모성애는 거창한 것이 아니죠. 아이와 엄마가 서로 쌓아오는 시간만큼 깊어지는 것이 모성애라고 생각해요. 열 달 동안 내 배 속에 품었던 시간, 낳아 같이 밥 먹고, 씻고, 옷 입히고 하는 시간들과 함께 정이 드는 것이죠.”
결핍도 특유의 긍정으로 만드는 그녀에게서 봄날 보리밭에 부는 산들바람 같은 향기가 났다. 일과 가정 그리고 개인의 삶을 자신만의 캔버스에 채색하듯 그려나가는 모델 송경아. 드로잉, 수채화, 유화이자 만화 등 그녀가 그리는 장르는 다양하고 화풍은 자유롭다. 모델을 넘어 엔터테이너로, 5년 차 가방 브랜드 퍼스트루머의 오너 디자이너로 사업도 알차게 성장시켜 가는 그녀. 송경아의 계획은 이미 오래전에 그려놓은 미래를 향해 오늘도 부지런히 달려가는 중이다.
매일매일을 생기 있게 살아가는 그녀는 허구의 이야기보다 실제 인물의 삶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요즘 타샤 튜터의 인생과 매력에 푹 빠져 있다. 평생 정원을 가꾸고, 아름다운 것을 예찬한 타샤 튜어의 삶은 그녀가 원하는 삶의 모습과 가깝다. 꿈을 오늘의 이야기로 실현시키기 위해 지난해에는 원서동에 14평짜리 작은 건물을 구입했다. 퍼스트루머의 매장이 위치한 동네라 수년을 오가며 오랫동안 보고 고른 집이다. 가드닝을 하는 언니와 함께 카페, 에어비앤비, 오피스가 함께 있는 아틀리에를 만드는 게 아티스트 송경아의 목표다. 언젠가는 프랑스, 스페인 같은 나라의 컨트리사이드에서 작은 성을 호텔로 만들어 살아보고 싶다며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이는 그녀. 송경아의 캔버스는 거침없이 그려나가는 그녀만의 이야기로 한 권의 풍성한 책이 되어 간다. 그 책의 챕터가 언제 끝날지는 모른다. 다만 그녀는 말한다. “미래를 위한 행복이 아닌 지금 행복을 위해 살고 싶어요. 오늘의 행복이 쌓이면 그것이 모여 행복한 삶이 된다는 괴테의 말처럼요.” 패션, 예술, 문화, 우리가 동경하는 그 모든 것들은 삶이고, 누구나의 삶은 자신만의 색으로 아름답게 채워질 수 있다.
Text_ Kim Il A 
Fashion Editor_ Anabaïk
 Photos_ Kim Sang G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