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y to Summer Vacation

여름이 온다, 특강이 온다. 

그녀들만의 은밀한 작전회의

아침으로 안심 두 쪽을 굽고 나니 이마 안쪽에 땀이 맺혔다. 스테이크와 가니쉬로 놓일 채소 조금과 과일, 요구르트를 식탁에 차려두면 아이는 겨우 고기 몇 점만 먹고 학교에 간다. 얼마 전 엄마들 모임에 갔을 때 반에서 키가 제일 큰 아이의 엄마가 아침마다 안심을 구워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진은 그 길로 백화점에 가서 한우와 연어, 양송이를 잔뜩 사왔다. 고기 파는 직원이 어디 캠핑이라도 가느냐고 물었다. 엄마 영진은 항상 또래보다 머리 하나쯤 작은 아들 태호가 걱정이었다. 근처 대학병원에서 성장 치료로 소문이 자자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려고 몇 달 전 진료 예약도 해둔 상태다. 영진은 키 크는 데 도움이 되는 비타민이며 먹거리를 열심히 사다 나르고 먹였지만 태호의 키는 꿈쩍하지 않았다. 남편은 출근길에 아침부터 더운데 고기를 굽는다며 핀잔을 줬다.
“태호가 키가 작은 건 잠을 늦게 자서야. 밤에 잠만 충분히 자봐. 방학이 지나고 나면 쑥 클걸!”
영진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평균 밤 10시 이전에 늘 잤던 태호는 수학학원 선행심화 학습이 시작되니 밤늦게까지 숙제하느라 바빴다. 식탁만 정리했을 뿐인데 시계를 올려다보니 벌써 오후 약속 시간이 다가온다. 방학이 시작되기 전 학원 같은 반 엄마들 모임은 놓칠 수 없는 자리. 아마 오늘 모임에 나가면 여름방학 특강의 지형도가 대략 짜일 것이다. 방학을 앞둔 요즘, 쉴 새 없이 울리는 학원 문자는 다소 짜증나지만 태호의 여름방학 스케줄이 짜이기 전까지는 놓치지 말고 빠짐없이 확인해야 한다. 강사와 시간대, 특강 과목들이 학원마다 줄을 섰다. 영어와 수학은 물론 이 시기에는 학기 중에 하지 못했던 사고력수학 특강과 체육 수업까지 즐비하다. 학원 엄마들을 만나면 아이들 실력이 비슷해 대부분 같은 패턴으로 학원을 다니고 있어선지 어딘지 마음이 놓인다. 엄마들의 정보력 수준도 기울지 않아 내 가지에 꽂힌 감만 쏙쏙 빼주는 느낌도 없었다. 특히 같은 학원 엄마들의 모임은 방학 때 일시적으로 팀을 짤 때 편했다. 서로 다른 학교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고 남녀 비중, 아이들의 성향도 밸런스가 적절하기 때문이다.
모임을 가질 새로 연 브런치 카페는 연우 엄마가 예약해두었다. 여러모로 아는 게 많은 여자다. 이 동네에서 나고 자라선지 학원 정보도 빠삭하고 센스도 좋았다. 그녀의 동네 친구들도 다 고만고만하게 모여 살아서인지 한두 살 터울 아이들을 키우며 도움을 주고받는 눈치였다. 다만 연우 엄마는 이 엄마도 이 정도는 아는구나, 하는 그녀가 정한 허들을 넘어올 때만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를 꺼내어놓는 편이다. 오늘 모임에 올 엄마는 총 여섯 명.
“태호는 방학에 뭐 할 거예요?”
“글쎄, 아직 고민 중이에요.”
“저희 애는 사고력수학 특강 들어볼까 하는데.”
“혜지는 사고력수학학원 다니잖아요?
“아니, 그거 말고요. 3%수업이요. 지난 방학에 1과정을 해서 이번에 2과정 들어볼까 해요.”
“여름방학에 진도가 마무리돼요? 학기 중에는 주말에 한 타임씩 같이 듣던데.”
“월·수·금 주 3일 3시간씩 들으면 얼추 마무리될 거 같아요.”
“선생님은요? 학원 생각해둔 곳 있어요?”
“뭐 수학학원에선 이 수업 다 하니까. 이제 알아봐야죠.”
마지막 문장을 내놓으며 혜지 엄마는 연우 엄마를 바라봤다. 연우 엄마가 모를 리 없는 법.
“연우는 3%수업 D학원 보내볼까 해요.”
D학원이라면 그저 단과식의 복작복작한 대형 학원인데, 연우 엄마가 그런 곳에 아이를 보낼 리가 없다. 이럴 때 영진이 이런 말 정도는 해줘야 할 차례다.
“D학원은 복잡하지 않을까요? 강사도 일정치 않고. 3%수업을 아무나 가르치면 안 되는 거니까. 이 수업은 B학원 S샘이 진짜 유명하잖아요. KMO(한국수학올림피아드) 하는 친구들도 이 선생님 수업 다 거쳐 갔다던데.”
“그렇죠. D학원이 좀 복잡하긴 하죠? 근데 B학원 S샘은 수업은 정말 좋은데 관리가 부족한 것 같더라고요. 여름방학 짧은데 어영부영 숙제 등 체크도 안 되면 곤란하잖아요. 그래서 좀 알아봤더니 지중상 가르치는 선생님 한 분 스카우트 해왔더라고요. 이 샘이 우리 조카 가르쳤는데, 우리 조카 알죠?”
지중상이라면 <올림피아드 수학의 지름길> 중급 상편? 이 교재로 이 수업을 한다는 건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라는 뜻이다. 또 연우 엄마가 ‘우리 조카 알죠’라는 말은 ‘서울과고 다니는 우리 조카 알지?’라는 뜻이다.
“그래도 접수 시작하면 15명은 받을 거 같지 않아요?”
“우리 조카 왈 인생 수학 선생이래요. 딱 우리 애들 나이 때 교과 수업이랑 3%수업 들었는데 정말 개념 설명 끝판이고요. 오늘 점심 먹고 학원 부원장 상담 예약해놨는데 같이 가볼래요?”
연우 엄마가 이 정도로 정리해주면 사고력수학 특강은 정해진 셈이라 남자아이 엄마 셋은 그새 펜싱학원 정보를 나눴다. 보딩스쿨을 생각하는 호진 엄마는 아이에게 펜싱을 꽤 시켜왔는데, 그래서인지 호진이는 아이들 중 단연 키도 크고 행동도 민첩했다. 펜싱은 3:1 수업으로 진행하기로 해서 영진도 태호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여름방학 동안 펜싱은 주 2회 아침 타임에 진행될 예정이다.
여자아이 엄마들은 영어 스피킹을 더 할지, 리딩 수업을 따로 챙겨야 할지 의견이 분분했다. 스피킹 위주 학원에 보내는 엄마들은 리딩 실력이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했다. 들어가기 어렵다는 영어학원이지만 입학이 결정되면 실제 수업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로젝트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습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남자아이 셋은 대치동 빅3 어학원 중 비교적 학습형 스타일의 영어학원에 보내는 터라 큰 걱정이 없지만, 여자아이 셋은 스피킹이 중심인 학원에 보내서인지 방학마다 리딩 수업을 두고 고민했다.
“해인 상가에 G리딩이라고 있거든요. 거기 선생님이 영문과 교수같은 스타일인데, 국제학교 애들도 방학마다 이 선생한테 리딩 스킬 올리고 가더라고요.”
의외로 연우 엄마가 관심 있다는 듯 말했다.
“아, 그래요? 저도 들어본 적 있는 거 같아요. 책을 일주일에 두 권 정도 읽는다던데.”
“맞아요. 그래서 실은 방학 동안 연우를 이 학원에 두 번씩 보내볼까 해요.”
학습형 스타일의 영어학원에 다니는 연우를 리딩 학원에 보낼 거라는 이야기를 듣자 엄마들의 귀가 일순 쫑긋했다.
“지금 다니는 영어학원은 어쩌고요?”
“물론 다니죠. 그런데 주 1회반으로 옮길까 해요. 수학도 점점 늘어나서요. 방학 때만 리딩 학원에 두 번씩 다녀서 리딩 스킬을 좀 더 잡아놓으려고요.”
역시 그녀는 타이밍을 아는 사람이었다. 영진도 슬슬 태호의 영어학원을 주 1회반으로 돌릴까 고민하던 터였다. 연우 엄마 말처럼 주 1회 영어는 부족하지만 방학마다 리딩을 충분히 해두면 어디 가서 테스트를 봐도 결코 리딩 점수가 무너지지 않으니 말이다. 결국 영진은 이번 방학에 연우네와 비슷한 스케줄로 움직이게 될 것 같았다. 영진뿐 아니라 오늘 모인 엄마들이 체육 하나를 제외하고는 방학에 매일 보게 될 일정이었다.
브런치 모임은 아이들의 여름방학 스케줄이 어느 정도 정해지자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여섯은 함께 일어나 연우 엄마가 미리 예약해둔 인근 D학원의 부원장 상담을 가기 위해 일어섰다. D학원은 대형 학원 중 가장 최근에 문을 연 학원인데, 강사 라인업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엄마들은 학원보다 선생님을 따라 움직이다 보니 A학원에 있던 선생님이 B학원으로 옮기면 미리 정보를 받고 함께 옮기기 일쑤였다.
그래서 대치동에서는 엄마들이 몰려다니면 하나의 학원이 빌딩을 세우기도 하고, 망해서 금세 간판이 바뀌어 다른 학원이 들어서기도 한다. D학원을 찾아가는 길, 날씨는 어느새 벌써 더워져 머릿속에 땀이 송송 맺혔다. 학원은 다행히 영진의 집과도 가까운 편이라 마음에 들었다. 나머지 다섯 엄마는 여름방학 스케줄을 해결해서인지 낯빛이 맑았다. D학원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부원장이 뛰쳐나와 여섯을 맞이했다. 분명히 환희에 찬 얼굴이었다.

INFORMATION

눈치 빠른 대치동의 여름방학

대치동의 절기는 학원들의 문자 메시지 횟수가 증명한다. 비슷하게 개강을 안내하는 내용 같지만 살펴보면 똑같지 않다. 진도를 빼는 수업 중에는 방학 기간 중 주 5일 아침 수업을 통해 한 학기를 빼는 속진형도 있고, 사고력수학 교재를 가지고 진행하는 수업도 있다. 특강의 결을 결정하는 것은 자녀가 지금 다니고 있는 학원 스타일이 기준이 된다. 교과 심화 학원에 다니면 심화는 좋지만 선행이 다소 느리고 내용이 어려워서 방학에 미리 한 번 훑어보는 수업을 듣는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스피킹 중점 학원에 다니면 리딩 학원에서 여름방학 특강을 듣는 것이다. 영어와 수학의 스케줄을 짜면 그다음은 체육이다. 워킹맘을 위해서 셔틀 버스를 운행하는 스포츠클럽이 많은데, 여름방학에는 수영, 줄넘기가 단연 인기다. 남자아이들은 주로 새벽에 체육을 넣고, 여자아이들은 학원 스케줄이 마무리되는 저녁에 스케줄을 넣는다. 다만 체육 스케줄을 가장 늦게 배치하지만 이를 다니기 위한 대기나 예약은 가장 먼저 해야 한다. 체육은 방학 동안 인기 톱인 특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빠짐없이 스케줄을 짜고 나면 그다음은 주말에 할 체험학습을 준비해야 한다. 대치동에서 여행은 방학 전에 가는 것이지, 특강이 시작된 방학 때 가는 게 아니다. 대신 방학 기간 주말에는 여러 체험학습을 예약해서 부지런히 다니는 편이다. 피곤하지만 방학 숙제이기도 하니까. 물론 아이들도 즐겁다. 체험학습 정보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유스내비와 키즈내비가 가장 방대하다. 정부부처 및 지자체 산하, 교육청 산하 공공기관, 어린이박물관 등 수시로 콘텐츠가 업데이트되기 때문이다. 한눈에 보기 쉽게 지역, 프로그램, 가격까지 상세하다. 인기 있는 체험 프로그램의 경우 빨리 마감되므로 주말 체험은 미리미리 예약해두어야 실패가 없다.
Writer_ Unskilled M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