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ommon House

평생 나무 가구를 만들어온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가업을 이어가는 언커먼하우스의 정영은 대표.

안정적인 직장인에서 우드 퍼니처 디자이너이자 브랜드 오너로 인생의 새 시즌을 열어가는 그녀의 특별한 집과 가구 이야기.

대를 잇는 핸드메이드 가구

벽 선반 시스템 가구 ‘대물림 시스템(DML System)’과 올봄 새롭게 선보일 라미네이트 상판 소재의 테이블. 간결한 라인과 묵직한 컬러감이 조화롭다.
여느 평범한 아파트와 다름없는 구조와 일반적인 면적. 하지만 SNS 피드에 올라오는 그녀의 집은 어딘가 특별해 보였다. 엄선하여 고른 나무, 40여 년간 가구를 만들어 온 가업의 노하우를 더해 만드는 시스템 선반장과 테이블, 식탁 등으로 채워진 정영은 대표의 집은 가족의 생활 공간이자 그녀가 운영하는 언커먼하우스의 쇼룸 겸 홈 오피스다.
그녀는 10년간 안정적인 은행원으로 근무하다 아버지의 대를 잇기로 결심하고, 1년 전 ‘언커먼하우스’라는 곱씹을수록 비범한 이름의 가구 브랜드를 론칭했다. ‘대물림 시스템(DML System)’이라는 이름을 가진 벽 선반 시스템 가구는 론칭 1년만에 언커먼하우스의 시그너처 아이템이자 브랜드를 자리 잡게 한 일등공신으로 탄탄한 마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다.
“본래 예쁘고 아름다운 물건에 관심이 많았어요. 가구나 소품은 집 안에서 늘 곁에 있고 매일 보고 사용하는 특별한 물건이다 보니 선택도 그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죠. 올해로 세7 , 4세 두 아이의 엄마이자 8년 차 주부이기도 해요. 살림 햇수가 늘다 보니 가구도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는게, 미적이면서 사용할 때 불편함이 없는 기능적인 디자인을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한평생 가구 일을 해온 아버지와 함께 ‘오래도록 봐도 질리지 않고, 튼튼하고 실용적인 가구를 함께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실행으로 이어졌죠.”

남다른 안목, 특별한 선택

할아버지와 엄마가 직접 만들어준 선반장과 테이블이 자리 잡은 아이 방. 면적이 비교적 넓은 안방을 놀이방으로 활용해 엄마가 일하는 오피스 겸 쇼룸인 거실 공간을 확보했다.
아버지와 함께 가구를 만들기로 하고 정영은 대표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살림하는 엄마들에게 이로운 가구’였다. 먼저 해외의 것을 맹목적으로 따라 하지 않으면서 대량생산 가구와 차별화되는 디자인 밸류를 갖출 것. 또 기존 한국의 주거 공간에서 사용하지 않았지만 공간을 풍성하게 해주는 아이템, 그리 넓지 않은 크기의 일반 주거 공간에서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도 보장되는 가구이길 바랐다. 언커먼하우스에서 생산하는 시스템 선반장, 사이드보드, 테이블 등의 가구는 모두 이런 관점에서 출발했다. ‘ Uncommon(흔하지 않은, 드문)’이라는 뜻을 담은 브랜드 네임의 아이덴티티와도 맞닿아 있다.
“한국은 벽을 활용하는 인테리어가 익숙하지 않은 편이죠. 하지만 벽에 선반을 설치하는 순간 다른 곳에 못질을 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요.”
언커먼하우스의 벽 선반 시스템 가구인 대물림 시스템은 집 안의 예쁜 소품을 장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반과 수납장의 위치를 조정해 기능성은 물론 다양한 분위기로 연출할 수 있는 가구로서 디자인했다. 거실과 아이들 방에 둔 테이블은 학교 책상 서랍을 연상시키듯 상판이 두 개로 구성되어 있어 갑자기 손님이 오거나 정리가 필요할 때 위에 놓여 있는 여러 가지 물건을 테이블 아래로 넣어두면 금세 깔끔해진 모습을 연출한다. 테이블의 묵직하면서도 둥근 모양의 다리는 한옥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사이드보드의 손잡이는 나무를 덧입혀 미감을 높였고, 침대 아래에 둔 선반의 상판 끝은 살짝 둥그러지며 올라가 마치 기와의 처마를 연상시킨다.
언커먼하우스의 가구가 남다른 이유 중 하나는 제작 과정에 있다. 아버지 때부터 고수한 국내 생산과 수작업 공정을 그대로 적용한 것. 현재 가구를 만드는 기술자 대부분이 아버지와 함께 일했던 경력이 있어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한 편이다. 활용하는 나무는 오크, 티크, 자작나무 등 자연스러운 매력이 드러나는 수종을 선호하며 최근에는 컬러감이 도드라지는 라미네이트 등의 인공 재료도 눈여겨보는 중이다. 하지만 이렇게 완성도 있는 가구를 세상에 내놓기까지 시행착오도 있었다.
‘“대물림 시스템’을 완성하는 데 거의 1년이라는 샘플 제작 기간이 걸렸어요. 아버지가 워낙 나무에는 일가견이 있으셨지만 그간 장롱, 침대, 서랍장 등을 만들어오셨던 터라 벽 선반 시스템 가구는 새로운 시도였죠. 특히 지지대와 선반을 이어주는 브래킷은 각도가 조금만 틀어져도 가구의 수납 기능에 큰 문제를 줄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품이에요. 섬세한 공정이 필요해 작업을 어렵게 하는 요소였어요.”
하지만 결과는 부녀의 과정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대물림 시스템은 심혈을 기울인 만큼 언커먼하우스의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

UNCOMMON LIFE

엄마와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를 하고 음식을 나눠 먹는 것에 대한 로망을 실현해준 블랙 상판의 빅 사이즈 아일랜드 키친. 거실과 연결되도록 두어 시시때때로 필요에 따라 식탁, 책상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한다.
정영은 대표는 가업을 잇기 전 은행에서 1 0년간 성실히 근무해왔다. 안정적이고 이변 없던 직장을 그만두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여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래언, 래아 남매의 하원길도 함께하고 싶고, 엄마가 만든 간식도 챙겨주고 싶고, 책도 같이 읽으며 그림도 그리고 싶은데 회사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몸과 마음이 지친 나날들이 태반이라 육아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10여 년간 평범(Common)하게 일하며 ‘과연 남들이 인정하는 직장에서, 안전하게 사는 삶이 과연 성공한 것인가?’라는 물음을 가졌고 결국은 아니라는 답을 얻었다.
집을 오피스와 쇼룸 삼아 일하면서 현재 그녀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두 남매와 엄마는 주말이 되면 홈 베이킹 믹스 제품을 사용해 팬케이크, 머핀, 호빵 등을 만들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즐거움과 성취감을 경험하도록 돕는다. 주중에는 퇴근한 남편이 아이들에게 영어와 중국어를 노래와 책으로 접하게 한다.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한편, 일도 균형감 있게 해나가고 있다. 언커먼하우스의 가구 및 소품 디자인, 홍보와 마케팅을 전담하는 등 다양한 업무는 모두 집에서 이루어진다. 집과 오피스가 하나의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스케줄을 긴장감 있게 지키는 편이다. 공식적인 업무는 아이들이 등원한 이후부터 시작되고 하원 후에는 엄마로 돌아온다. 남은 일은 잠자리에 들기 전 처리하는데, 업무가 다시 시작되는 느낌이 들면 지속 가능하기 힘들어질 수 있어 노트북으로 편안한 공간 어디에서든지 일을 보는 편이다.
그녀는 집 안의 가구 배치를 수시로 바꾸는 편이다. 스스로 변화되는 공간의 즐거움을 통해 가구의 용도를 테스트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무엇보다 같은 공간을 색다르게 즐기는 데 매력을 느낀다.
집이 가족 모두에게 편안한 공간이자 엄마에게 영리한 오피스가 될 수 있도록 가구들을 배치한 것은 그녀의 한 수다. 대물림 시스템 선반은 의자를 두면 일반 책상이 되고, 또 높이를 올리면 스탠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책상이 된다. 거실에 자리한 다이닝 테이블과 가족 침실에 있는 책 선반도 노트북만 올려두면 바로 데스크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구를 디자인하고 배치했다.
그녀는 현재 언커먼하우스를 친언니, 아버지의 조력을 받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자매 모두 정식으로 디자인을 공부한 적은 없지만 남다른 감각을 자랑하는 이유는 나무를 만지고 깎아 온기 있는 물건을 만들오시던 아버지를 보며 어릴 때부터 키워온 따뜻하고 섬세한 감성에서 비롯된다고 여긴다. 언커먼하우스는 올해 좀 더 활발한 작업으로 소통할 예정이다.
“굳이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공간을 훨씬 아름답게 해주는 가구를 만들고 싶어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엄마들이 편안하면서 색다른 공간에 머무는 특별한 느낌도 가구를 통해 전하고 싶어요.”
직장 생활을 하며 직접 고친 집 인테리어 이야기로 인기를 끌었던 블로거 경험을 살려 SNS를 통한 활동도 좀 더 다각도로 펼쳐볼 예정이다. 올 연말에는 페어에도 나가 대중들과 직접 만나는 시간을 보낼 계획도 있다. 새로운 로고 디자인과 좀 더 폭넓어진 가구 라인업은 올봄부터 선보인다. 볼 때마다 새로운 공간으로 연출되는 언커먼하우스의 새로운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Freelance Editor_ Kim Sung Sil
Photos_ Kim In Chul, Jung Young E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