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Milimbo World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는 곳,

카드보드지로 어른과 아이가 하나 되는

즐거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밀림보 스튜디오의

디자이너 오예르를 만났다.   

환영합니다. 첫 방문이시죠?

한국은 물론 아시아권 국가에 온 것이 처음이에요. 올해 12월 31일까지 크리타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플레이풀 월드 Playful World>를 준비하기 위해 왔답니다.

아시아 지역 첫 방문지인 한국의 첫인상은 어떤가요?

한국은 관심 있게 지켜본 나라 중 하나였어요. 예전에 파리에서 한국 전통 디자인에 대한 전시를 본 적이 있거든요. 전통적인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시였는데, 그전시를 계기로 한국과 한국의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또 유럽의 동화책 시장에서는 최근 몇 년간 한국 그림책이 많이 소개되고 상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 한국에서 이렇게 전시회를 열게 되니 더욱 기뻐요. 밀림보 스튜디오에게 아주 특별한 일주일이 될 것 같네요.

밀림보 스튜디오의 작업은 대부분 카드보드지를 사용하는데요.
이 소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밀림보 스튜디오는 일종의 연구소 같은 곳이에요. 끊임없이 실패하고 도전하죠. 종이로 아이의 장난감을 만들어주며 밀림보 스튜디오가 시작된 건 맞지만, 본격적으로 상업적인 작업에 뛰어들면서 재료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 번 하게 됐어요. 어떤 재료로 상상 속의 이미지를 구현하면 좋을지, 계속 종이로 작업하는 게 맞는지 같은 고민 말이에요.

그래서 나무나 스틸 같은 소재도 시도해봤는데 아이들이 마음껏 갖고 놀기에는 무겁고 위험하더라고요. 결국 종이가 최고의 재료인것 같았어요. 비교적 가볍고 부피도 작은데다 마음껏 조합해 모양을 만들 수 있잖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종이로만 만들 수 있어 친환경적이기도 하고요.

작품의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모든 어린이는 예술가다”라고 말했던 피카소와 구성주의를 대표하는 호아킨 토레스 가르시아의 작품에서 영감을 많이 얻어요. 그들의 작품은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본 듯단순하고 명료해요. 재미있고요. 밀림보 스튜디오는 어린이의 눈을 통해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를 구현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답니다.

아내와 두 아이에게서도 영감을 얻을 것 같아요.

정말 많은 영향을 받지요. 사실 밀림보 스튜디오는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인생 프로젝트나 다름없어요. 저와 제 아내는 부부이자 사업 파트너로서 더 좋은 작업물을 만들기 위해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함께 나누고 토론하죠. 두 딸과 밀림보는 함께 나고 자란 자매 같은 관계고요. 밀림보의 작업을 통해 보이는 모든 것들이 저희 가족의 이야기이고 저희 가족은 밀림보의 일부인 셈이에요.

밀림보와 아이들이 자매라는 비유가 재미있네요.
밀림보와 아이들의 함께하는 일상이 궁금해요.

발렌시아에 있는 저희 집 1층을 작업실로 쓰고 있어요.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많은 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내게 됐죠. 내려와서 마음껏 재료를 다듬고 이어 붙여 정체를 알수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도 한답니다. 아이들에게는 놀이터나 다름없지요. 어린 시절부터 이런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분명 밀림보 스튜디오가 어떤 식으로든 아이들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밀림보 스튜디오의 팀원으로서 함께하길 원하는 건 아니에요. 아이들의 미래는 아이들이 결정하는 거니까요.

밀림보의 작업물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오나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게 무엇이든 두려워하지 않고 곧장 시작해요. 실현하기 어려울 것 같은 옵션도 마찬가지고요. 일단 부딪혀보는 거죠. 이 부분이 제가 밀림보 스튜디오를 연구소라 표현하는 이유 중 하나랍니다. 만약 구조물이나 테이블, 의자처럼 기능과 안전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작업이라면 책을 비롯한 관련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고 공부하는 과정을 거쳐요. 간혹 전문가를 찾아가기도 하고요.

그렇게 다양한 시제품이 완성되면 제가 생쥐들이라고 부르는 딸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요. 그리고 마음껏 갖고 놀게 하죠. 생쥐들은 저의 가장 큰 조력자이자 매서운 평론가랍니다. 그 아이들의 날카로운 조언을 바탕으로 보완할 방법을 찾고 마지막으로 다듬는 과정을 거쳐 최종 제작에 착수해요. 클래스나 워크숍도 똑같아요. 생쥐들과 함께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더 편하고 즐겁게, 그리고 더 창의적으로 놀이에 참여하는지 관찰하죠.

작은 장난감부터 그림책, 전시부터 클래스까지 정말 다채로운 방식과 규모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어렵게 하나 고르자면 <Une Chenille dans le Coeur>라는 연극 무대를 연출했던 일이 아닐까 싶어요. 커다란 나무와 수풀을 모듈로 제작해서 쌓고 허물기를 반복해야 하는 작업이었는데, 제일 높은 구조물의 높이가 무려 3m나 됐어요. 저희 작업물 중 가장 규모가 크기도 했고 그만큼 큰도전이어서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사람들이 밀림보 스튜디오의 작업물을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하나요?

우리의 작업이 교육적·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것임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이 뭔가를 직접 경험할 기회가 적어지는 것 같아요. 인터넷을 통해서 너무 많은 정보를 쉽게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워크숍 작업이 갈수록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저희가 준비한 재료로 스스로의 세상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잖아요.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생각을 공유할 수 있고요.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밀림보 스튜디오의 작업을 상업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방법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어요. 브랜드나 기업으로부터 컬래버레이션 제안도 많이 들어오고요. 지금은 미술관 숍에서 판매할 굿즈를 제작하고 있답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있는 작품을 축소해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은 정말 특별하잖아요. 밀림보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플레이풀 월드 Playful World>를 방문할 <밀크>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놀이는 정답을 찾는 길이에요. 오셔서 마음껏 노세요. 놀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걸 찾을 수 없거든요.

Editor : Sung Ha Young
Photos : Kim In Ch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