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Creativity Really Is

우리 아이들이 미래에 꼭 가져야 할 능력이자 재산, 창의력.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9세 남자 아이가 우리 부부의 유일한 자식이다. 이 아이가 20세 성인이 된 후 대학, 군대 그리고 경우에 따라 어학연수나 유학 또는 기업 인턴십 등을 마치는 27세가 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러다가 문득 다음과 같은 엉뚱한 가정을 하게 되었다. 현재 9세인 당신의 아이가 27세가 되었을 때, 다음 다섯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부모 입장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길 바라는가?

1 명문대 인기 학과 졸업장
2 최고의 직장 또는 직업
3 30억원 이상의 재산
4 뛰어난 외모와 인성
5 빼어난 창의력
자신의 자녀가 어떻게 성장하고 살아나가길 바라는가에 대해서는 부모들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행복하게 살기’란 대전제에는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그 조건들은 상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의 상층 같은 엘리트주의를 고집하는 일부 극성스러운 부모들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의식주 걱정 없이 하고 싶은 일을 업으로 삼으며, 심신의 문제없이 살아가길 바랄 것이다. 어찌 보면 가장 중간의 중산층 계급을 말하는 것일 터.
그런데 우리 입시 교육의 현실을 쳐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과열된 입시 경쟁은 과도한 사교육비와 획일적인 교육 과정을 양산하고 되풀이한다. 평범하게 살기 위한 준비 과정이 너무 특별하다. 이유가 뭘까? 출생자 수에 비해 안정적이고 평범한 삶의 자릿수가 모자라기 때문일까? 아들 민이가 태어난 해에는 약 46만 명의 신생아가 탄생했다. 그들이 지금으로부터 18년이 지난 2037년에는 별 걱정 없이 살 수 있을까?
이를 유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황을 살펴보자.
일단 대학을 졸업해야 사회, 경제적으로 안정된 층에 입성한다. 그래야 좋은 직장을 얻고 괜찮은 보수를 받으며 일정 수준의 교양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아갈 확률이 보장된다. 굳이 판검사나 의사, 교수 그리고 잘나가는 사업가가 아니라도 말이다. 그런데 이것도 인정받는 대학을 나올수록 유리해진다. 최소 ‘인서울(In Seoul)’ 대학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보통 입시생의 약 8%만이 그에 해당된다. 또한 수도권에 살아야 서울과 근교의 좋은 직장으로 통근할 수 있는데, 전국 집값 상위의 부동산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에서 ‘평범함’의 조건에 대한 모순이 생긴다. 우리가 ‘평범하게 산다’라고 했을 때 ‘평범’의 의미는 ‘중간’, 50%가 맞는 말인데 현실의 마지노선은 상위 8~10%인 셈이다. 결국 위의 선택지 중에서 고르라면 1번과 2번이 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3번은 어떨까? 여기서 30억원은 우리 사회에서 부자라 불릴 수 있는, 상징적인 소유 금액을 말한다. 20대에 30억원 이상의 재산이 생긴다면 대단한 사업 능력을 가졌거나 부모에게 유산을 일찍 받았을 경우에만 해당될 것이다. 금수저는 로또 당첨으로 바꿔도 될 말이다.
이 질문이 그저 즐거운 상상으로 끝나는 것이라면 3번을 선택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명문대 졸업장이 골든 패스인 시절은 어느 정도 지났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력서에 적기 좋은 옵션일 뿐이다. 또한 아무리 좋은 직장과 직업 역시 지속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젊은 시절 한때 혹은 (적어도 잠시) 이사급 이상의 중역으로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결국 불확실성의 시대에 모든 리스크를 해결하는‘ 돈ʼ으로 귀결된다. 그렇게 화려하지 않은 수준의 해외여행을 1년에 한두 번이라도 가고, 일을 하지 않을 때에도 평상시 경제, 문화 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노년층이 되어서도 손주들에게 용돈을 넉넉하게 쥐어주려면, 이른바 ‘평범하게’ 살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20대부터 87세까지 약 60년을 이렇게 살기 위해서는 30억원은 결코 큰 돈이 아니다.
그렇다면 4번의 선택은 매력적일까? 범접할 수 없이 특출 나게 아름다운 외모라면 모르지만 외모는 돈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믿는 이들이 많고 실제 그렇다. 그럼 인성은? 획일적 교육 시스템과 황금만능주의 시대에 인성이 행복을 가져다줄 첫 번째 요인이라 믿는 이들은 섣부를지 몰라도 솔직히 거의 없을 것이다.
자, 마지막 5번 창의력이 남았다.
나라면 아이를 위해 기꺼이 창의력을 선택하라고 할 것이다. 아니 창의력을 선택하도록 지금부터 교육시킬 것이다. 창의력(創意力)이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무한한 힘이다. 오랫동안 다수가 상식이라 여기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메커니즘을 만들어내는 관점과 방식의 실력이기도 하다. 기존의 것들을 조합하고 의외의 실용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정해진 룰이나 공식에서 답을 찾아내는 일보다 어렵다. 그래서 창의력은 생전 경험하지 못한, 또한 두렵고 낯선 상황에 직면했을 때 불편과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대체 불가한 능력이다.
만약 위의 질문을 30대 때 받았다면 나는 1, 2, 3번 중에서 하나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런데 40대를 보내고 50대 초입에 들어서니, 제아무리 똑똑하고 돈이 많아도, 사람이란 늘 예기치 못한 그리고 경험해보지 못한 고난과 갈등에 직면하는 경우가 잦다는 사실을 알았다.
더불어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즉 창의력을 키워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인간만이 지닌 고유의 감성과 창의력은 인류가 곧 직면할 AI 시대에도 인공지능들이 쉽게, 어쩌면 절대 체득하지 못할 것이다. 다시 말해 창의적인 생각과 행동은 미래에 살아나갈 호모사피엔스의 생존 ‘치트키’와도 같은 것이다.
Writer & Illustration_ Kim G.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