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en Society

공동의 가치관과 목표를 공유하며 서로 돕고 배우고 나누는 행위인 ‘연대’. 공통 관심사와 환경을 기반으로 그들만의 작은 소사이어티를 만들어가며 연대하는 여자들을 만났다. 일, 살림, 육아는 물론 삶의 고민과 정보 등을 나누며 함께 성장해가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보다 밝고 건강한 우리의 내일과 마주한다.

Jeju Artist Mom Society

김경란(플로리스트, 10세 아들·8세 딸 엄마) / 이언정(북 디자이너, 10세 아들·5세 딸 엄마) / 에밀(뜨개질 아티스트, 11세 딸·9세 아들 엄마) / 김수영(라탄 아티스트, 8세 아들 엄마) / 최세진(푸드 에디터, 9세 딸·6세 아들 엄마)
약속 없이 동네 바닷가에 나가도 한두 가족은 만난다는 이들.

모두 제주에 사시는군요! 그것도 핫한 애월읍에요.

최세진 1년 반 전 남편이 이직하게 되면서 서울 생활을 접고 제주로 오게 됐어요. 그간 제주도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터라 큰 고민 없이 이주를 결심했죠.
김경란 제주 바다에 반한 남편이 포토그래퍼로 새롭게 일을 시작하며 제주에 살게 된 지 6년 되었어요.
이언정 둘째를 임신하고 한두 해 정도 머물자며 시작된 제주살이가 벌써 5년 차에 접어드네요.
김수영 신혼 5년 차까지 1년에도 몇 번씩 제주를 자주 드나들 정도로 좋아했어요. 그러다 아이를 자연과 더불어 키우고 싶어 3년 전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겼어요.
에밀 우연히 여행 온 제주에 반했죠. 도시에서 운영하던 카페를 정리하고 제주에 정착한 지 6년 되었어요.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워킹맘이라는 공통점도 있어요.

최세진 프리랜스 푸드 에디터로 일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서울로 출장 가서 촬영을 진행하고, 평소에는 제주도에서 온라인상으로 업무를 봐요.
김경란 저는 플로리스트예요. 작은 구옥의 바깥채를 아틀리에로 개조해 플라워 숍을 운영해요.
이언정 원래 그래픽 편집 디자이너였어요. 제주에서는 작은 북카페를 운영하며 북 디자인도 함께 하고 있어요.
김수영 라탄 아티스트인 저는 집 근처 작업실에서 아이가 학교에 있는 동안 라탄 수업과 여러 소품을 제작해 판매해요. 섬이라는 제한이 있지만 SNS를 활용하면 다각도로 홍보가 가능하죠.
에밀 저는 뜨개질 아티스트예요. 육아와 살림을 병행해야 해서 집 창고를 개조해 작업실로 사용하려고 해요.
키즈카페나 쇼핑몰이 아닌 자연에서 뛰노는 아이들.

다섯 엄마가 친해진 계기가 있나요?

최세진 업무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카페에서 가끔 일을 할 때가 있는데 그러면서 만나기도 했고, 관심 있는 원데이 클래스에서 만난 엄마도 있어요. 아이들 축구 경기를 응원하러 갔다가 만난 경우도 있고요. 모두 소소한 일상에서 우연하게 만났지만 공통점이 많아 더 친해진 것 같아요. 동네에 작은 초등학교가 있어요. 연령대가 비슷한 자녀들이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고 사는 동네도 같으니 친해지기 훨씬 수월했죠.
김경란 제주에 사는 육지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마음이 쉽게 열렸어요. 또 서로 비슷한 연령대라 말도 잘 통했고요.

사는 모습을 보고 들으니 마치 대가족 같아요.

최세진 서로의 일정을 꿰고 있어서 엄마들끼리 낮에 “오늘은 카페(이언정이 운영하는 북카페_윈드스톤)에 가면 누구를 만나겠군, 오늘은 아틀리에(김경란이 운영하는 플라워 스튜디오_랑랑)에 누가 있겠네” 하며 자연스럽게 만나요. 주말 저녁에는 가족을 동반해 다 같이 식사하는 자리도 자주 갖고요. 직장인, 포토그래퍼, 카페 오너 등 아빠들의 직업도 다양하지만 모두 가정적이라 퇴근 후 가족과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하거든요. 여름에는 주로 곽지, 금능 등 바닷가나 가까운 계곡으로 다섯 가족이 함께 소풍을 가요. 좀 아쉽다 싶으면 서로의 집을 돌아가며 놀기도 하고요. 다락방이 있는 우리 집에서는 수제 팝콘을 먹으며 빔 프로젝트로 영화를 보고, 에밀의 주택에 갈 때면 마당에서 캠프파이어를 하거나 잡초를 캐고 식당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아이들도 정말 좋아해요.
김경란 주중에는 주로 엄마들이 모여 함께 각자의 일을 하거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요. 가족들끼리는 특별히 약속을 한다기보다 외출하는 장소가 서로 비슷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더라고요.

엄마들의 다양한 재능을 함께하는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하시나요?

최세진 각 엄마들마다 꽃, 라탄, 북아트 등 다양한 클래스를 열다 보니 서로 수강하며 평소 관심 있던 분야를 배우기도 해요. 그러다 작업에 사용하는 재료가 남으면 아이들 데리고 즉석 클래스를 열죠. 북 디자이너 엄마의 북카페에 가서는 오일파스텔이나 마스킹테이프로 드로잉을 하기도 하고요. 푸드 에디터인 저의 집에 오면 꼬마김밥, 파이, 딸기청 등을 만드는 키즈 푸드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해요.
김수영 앞으로는 서로 컬래버레이션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꽃과 라탄을 함께 작업한다든지, 책 낭독회와 디저트 파티를 함께 열어본다든지요!
플라워 클래스 후 남은 자연 재료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펼치는 아이들.

함께 해서 좋은 점이 있다면요?

최세진 각자 분야가 다른 일을 하지만 무언가를 기획하고 창조해낸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서로의 작업에 늘 도움을 주고받아요. 예를 들어 플로리스트 엄마가 판매 아이템을 구상할 때 다른 엄마들이 구매자 입장에서 의견을 건네요. 제 경우에는 에디터로서 늘 새로운 뉴스를 찾아야 하는데, 다른 엄마들에게서 다채로운 소식을 듣고 취재원을 소개받기도 해요.
이언정 서로의 작업에서 늘 자극을 받고 영감과 용기를 얻죠. 또 서로 바쁠 때 육아를 도와주기도 하는데 큰 도움이 돼요.

제주에 온 이후 삶이 어떻게 변했나요?

이언정 도시에 살았다면 방과 후나 주말 생활이 아이들 학습에 초점이 맞춰졌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함께 오름에 오르고 바닷가를 놀이터 삼아 뛰놀게 하죠. 아이들에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건 어른이 되어서도 스스로 건강하게 살아갈 든든한 바탕을 만들어주는 일인 것 같아요.
김수영 지금 생각해보면 사치였던 물건의 소비와 소유가 많이 없어졌어요. 집과 차, 명품 등 어느 정도 연연했던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심플하고 미니멀한 삶으로 많이 바뀌었죠.

같이 이루고 싶은 목표나 위시리스트가 있다면요?

최세진 요즘 저희는 제주도의 자연을 잘 지켜나가자는 다짐을 나눠요. 때때로 ‘세이브더제주’ 팀과 바닷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기도 하고요. 또 제주 문화를 알리고 싶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제주 음식과 천연 염색을 배우고 있어요 제주 산호를 지키는 생태 프로젝트 모임에도 참여 중이고요. 얼마 전 제주문화기획학교에도 입학했는데, 재미있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기대하고 있어요.
에밀 따로 또 같이 서로의 삶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며 말 그대로 ‘이웃사촌’처럼 잘 지내면 좋겠어요.

Lazy Market Mom Society

백수현(에그트리 대표, 6세 딸 엄마) / 안선영(투스프링베어 대표, 8세 아들 엄마) / 윤현진(마이 아일랜드 대표, 6세 딸 엄마) / 권미정(레이지 마켓 비레이지 대표, 6세 아들 엄마)
지난가을 마켓에 모인 레이지 마켓 엄마들.

SNS에서 볼 때마다 궁금했는데, 함께 일구는 일상이 참 예뻐요. 레이지 마켓을 소개해주세요.

권미정 저는 제주에서 2인실 스테이와 빈티지 액세서리, 리빙굿즈 등을 선보이는 편집매장, 카페를 남편과 운영하고 있어요. 그러다 제주에서 사귀게 되어 가족같이 친해진 엄마들과 함께 새로운 일을 꾸려보면 어떨까 해서 스테이의 잔디 앞마당에 마켓을 열게 되었죠. 작년에는 봄과 가을, 올해는 6월 초에 열렸어요. 마켓의 손님은 물론 셀러도 천천히 즐기면 좋겠다 싶어서 마켓 이름을 ‘레이지’라고 지었고요.
윤현진 저희 부부는 번갈아가며 1~2주에 한 번씩 서울을 오가며 홍보대행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제주를 기반으로 한 마이 아일랜드라는 친환경 브랜드도 함께 운영하고요. 제로 웨이스트와 노 플라스틱 라이프를 지향하는 친환경 브랜드인데 제품을 레이지 마켓을 통해 선보였어요.
백수현 지금 저는 에그트리라는 브랜드로 아이 옷을 만들고, 남편은 유아용 포스터를 그려요. 매달 1~2회 정도 서울의 원단 시장과 공장을 오가며 옷을 디자인하고 이것을 레이지 마켓을 포함한 온·오프라인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안선영 제주에서 독채 펜션을 운영한 지 1 년 되어가요. 가족이 살려고 지은 집인데 남편이 아직 판교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펜션에 도전해봤어요. 간혹 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우리 펜션에서 촬영하기도 하고, 마켓을 열 때는 일손을 보태기도 해요.

레이지 마켓 커뮤니티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권미정 우리는 처음부터 마켓을 위해 만난 건 아니에요. 동네 책방에서, 바닷가를 산책하다 우연히 만난 엄마들이죠. 그러다 서로의 가족을 동반해 만났는데 공통점이 꽤 많더라고요. 모두 가족이 삶의 우선순위라 제주살이를 선택했고 아이들도 또래고요. 특히 남편들끼리 우애가 각별해요. 모두 동갑내기이고 육아를 공동으로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진 남자들이죠. 특히 마켓을 열 때면 아빠들이 육아를 전적으로 담당하며 아내들의 일을 지지해줘요.
윤현진 엄마와 아이들끼리의 친분을 넘어서 서로 친구로 지내는 아빠들의 소통이 큰 특징이자 장점이에요. 엄마들의 일을 서포트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해주니까요.
안선영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가 비슷해요.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같아 이해의 폭도 넓고요.
레이지 마켓 엄마들의 최대 서포터인 동갑내기 아빠 넷.
엄마들이 마켓 일로 바쁠 때면 바닷가에서 종종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어울려 지내면서 좋은 점은 어떤 건가요?

권미정 바다가 있는 동네이다 보니 다 같이 바닷가에 자주 나가요. 바쁜 일이 생길 때는 스스럼없이 서로의 아이를 돌봐주기도 하고, 저녁때는 맛있는 제철 음식과 함께 일, 육아, 생활, 미래에 대해 다양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요. 네 엄마 모두 외동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이 아이들이 우리 커뮤니티의 중심이에요. 자칫 외롭게 자랄 수 있을 텐데 어우러져 형제자매로 지내 감사해요. 이젠 작아져 못 입히는 옷과 안 쓰는 장난감을 서로 나누기도 하고요. 편하게 집을 오가는 사이라 아이들 이름이 적힌 칫솔이 네 집에 다 있을 정도예요.
윤현진 바쁘게 돌아가는 대도시에 살다 보면 비슷한 목적, 취향,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사람을 오프라인으로 만나 가까워지기 사실 꽤 어렵잖아요. 제주살이를 하며 SNS를 통해 서로의 삶과 생각이 잘 맞는 이들을 알게 되었는데, 실제로 만나니 삶을 대하는 가치관, 육아 방법과 기준, 취향 등이 모두 비슷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 정말 반가웠어요. 우리는 이제 서로를 ‘제주 가족’이라 불러요.
백수현 제주에서 처음 사귀게 된 친구가 레이지 마켓을 만든 권미정 대표예요. 동네 책방에서 처음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주 초보자인 제게 소아과와 장보기 코스도 추천해주고, 먹거리도 바리바리 챙겨주더라고요. 친정 언니 같아 든든했어요. 모두 일하는 엄마이다 보니 누구 한 명이 바쁠 때면 정말 손발 걷고 도와줘요. 의류를 검수하고 포장하는 일이나 택배가 몰렸을 때도 내 일같이 함께 해주죠. 정말 고마워요.
안선영 서로 SNS로 미리 인사를 나눈 터라 첫 만남부터 어색함 없이 편안했어요. 권미정 대표와는 특히 막역해요. 저 또한 스테이를 운영하고 남자아이를 키운다는 점에서 전우애 비슷한 동질감을 느껴요.

어떤 시너지를 주고받나요?

권미정 저희 넷 중 뭍에서의 직업을 그대로 이어가는 사람이 없어요. 대부분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터라 더욱 냉정한 시각으로 평가하며 조언해주죠. 그러면서 다른 분야의 일에도 관심을 갖다 보니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아요. 레이지 마켓도 이 공동체 멤버들이 의견을 내고 힘을 보태주어 시작할 수 있었고요.
윤현진 요즘 주목받는 브랜드나 트렌드를 공유하며 우리는 또 어떻게 발전해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요. 아이들은 한창 빠져 있는 인기 캐릭터로 대동단결하거나 신나게 뛰어 놀며 천진난만한 시간을 마음껏 즐기고, 아빠들은 또 남자들만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네 가족이 모이면 시너지가 커요.
백수현 작은 부분부터 큰 것까지 라이프 전반에 서로 영향을 미치죠. 아이 옷을 만드는 딸 엄마인 저는 아들 옷은 잘 몰랐어요. 그럴 때 아들을 둔 엄마들의 의견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요.
안선영 서로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지내는 지금의 이 관계가 좋아요. 무리하지 않고 각자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서로 존중하며 연대하고 있어요. 내가 가진 장점이나 재능으로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을 하고, 서로의 장점은 배우려고 노력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을 느껴요.
마켓이 열릴 때면 아이들도 셀러가 되어 더 이상 필요 없는 옷이나 장난감 등을 판매한다
권미정 대표가 운영하는 ‘비레이지자카숍’. 여행하며 들여온 빈티지 아이템들도 판매한다.

공동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위시리스트가 있다면요?

권미정 제주의 문화와 분위기를 받아들이는 데 서두르지 않고, 일과 가정에서 모두 잘 해낼 수 있도록 서로 응원하며 돕고 싶어요.
윤현진 마이 아일랜드와 에그트리는 공동으로 작업실 겸 쇼룸을 열려고 기획하고 있어요. 물론 레이지 마켓도 유념해두고 있는데, 앞으로 서울에 가서 다른 셀러와 함께 하는 마켓에도 참여해볼 계획이에요.
백수현 아이들이 만든 것이나 가지고 놀던 것들, 직접 그린 그림 등을 가지고 나와 셀러이자 주체가 되는 마켓을 열어보고 싶어요. 어른들은 재능기부로 아이들을 위한 워크숍도 열어보고요.
안선영 서로의 일과 가족을 응원하며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우리였으면 좋겠어요.

Aeogae123 Society

최효희(비플러스엠 실장) / 정다운(홀리데이테이블 대표) / 구민영(보따리상점 대표) / 이주연(플라워샤워 대표) / 고혜림(비플러스엠 대표)
골목길을 구불구불 따라 들어가면 그제야 빼꼼히 고개를 내보이는 곳. 작은 공간이 조각조각 이어 붙은 형태의 특별한 건물, 애오개123에서 즐거운 내일을 함께 꿈꾸는 다섯 여자를 만났다.

애오개123는 어떤 공간인가요?

고혜림 가구 브랜드 비플러스엠과 이국적인 소품 가게 보따리상점, 플라워 쇼룸 플라워샤워, 각종 향 제품을 판매하는 홀리데이테이블이 한 건물에 모여 있는 라이프스타일 복합문화공간이에요. 저는 연남동에서 비플러스엠이라는 가구 브랜드를 10년 동안 운영해왔는데, 브랜드의 규모가 커지면서 쇼룸을 찾으시는 고객들이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면 했어요. 인근에서 제2의 장소를 찾다 발견한 공간이 바로 애오개라는 동네의 이 건물이었죠. 원래는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다 무너진 신발 공장이었어요.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이곳을 다양하게 채우고 싶어 1층, 1.5층, 2층, 3층, 입구의 카페까지 공간을 조그맣게 조각내는 방식으로 설계했어요. 이후 평소 눈여겨보고 있던 브랜드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고, 지금은 이곳에서 멋진 사장님들과 함께하고 있답니다.

함께하기로 결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이주연 처음 제안을 받고 이곳을 방문하자마자 바로 OK 했어요. 건물의 독특한 분위기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해가 환하게 드는 게 가장 맘에 들었어요. 식물을 다루다 보니 날씨에 민감하거든요. 이렇게 멋진 공간에서라면 더 좋은 작업물이 나올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정다운 저희 모두 공간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게 공통분모잖아요. 고혜림 대표는 오랫동안 가구를 만들어온 사람이기도 하고, 공간 설계도 하기 때문에 함께하면 분명 배울 점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또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공간을 완성하는 건 아주 특별한 경험이잖아요. 좋은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 얼른 합류했답니다.

다섯 분의 애오개 라이프는 어떤가요?

고혜림 애오개123을 열고 함께한 지 딱 반년이 되었네요. 연남동에서 쇼룸만 운영할 때는 멀리서 찾아오시는 분들을 만나면 주변 가이드라도 해드려야 하나 싶을 정도로 미안한 마음이 들곤 했어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다른 숍들도 함께 둘러보며 편안하게 즐기다 갈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해요. 또 일에 대한 마인드도 많이 바뀌었어요. 이전에는 모든 걸 직접 다 해야 직성이 풀렸는데 점차 규모가 커지니 버겁더라고요. 그래서 좋은 작업을 하시는 분들과 교류하기 시작했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함께 발전해나가는 연대의 중요성을 새롭게 느꼈어요.
이주연 브랜드를 이끄는 대표로서 어려운 부분이나 고충, 즐거운 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는 게 좋아요. 다른 가게에 있는 식물을 관리해주는 것도 소소한 낙이에요. 오늘은 보따리상점의 금귤나무를 조금 손봐줬어요.
구민영 이전에는 온라인으로만 상점을 운영하다 보니 고객을 직접 만날 기회도 없었고 구매층도 한정적이었어요. 저와 비슷한 나이대의 주부들이 대부분이었죠. 애오개123에서는 정말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 취향을 가진 손님들을 만나요. 어떻게 하면 그분들께 더 좋은 제품을 소개해 드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보다 깊게 하고 있어요. 여러모로 많이 배우고 있는 중이에요.
정다운 제 브랜드를 갖기 전 직장 생활을 오래 했어요. 회사를 다닐 때는 항상 곁에 누군가가 있잖아요. 그게 힘들 때 술 한잔 기울일 사람이든지, 지독한 원수든지 말이에요. 회사를 나와 홀로 창업이란 걸 해보니 솔직히 조금 외롭더라고요. 애오개213 멤버들은 모두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표이기도 하고, 서로 연령대도 비슷하다 보니 모이면 대화가 끊이지 않아요.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부터 살림 팁, 사업 고민까지 다양하답니다. 좋은 이웃이자 동료로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새로운 영감을 얻을 때도 많아요.

다섯 분 모두 일을 정말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일과 일상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시나요?

이주연 우리 모두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에요. 일에 몰두하다 보면 일상이 흔들리는 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일과 삶을 확실히 분리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책임이나 의무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며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그 자체로 행복해요.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힘도 생기고요.
최효희 일과 일상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일도 삶의 중요한 부분인 만큼 편안하게 하고 싶어요. 너무 얽매이거나 스트레스 받지 않고요. 그런 면에서 애오개1 23이라는 공간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함께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고혜림 얼마 전에 1층 카페에서 비플러스엠의 샘플 세일과 함께 조그마한 클래스를 열었어요. 가구를 만들고 버려지는 자투리로 나만의 오브제를 만드는 체험 코너였는데 너무 재미있어 해주시더라고요. 우리 다섯 명의 각기 다른 전문성을 살려서 폭넓은 연령대와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이 전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주연 네 팀의 콘텐츠가 아우러진 하나의 공간을 꾸려봐도 좋겠네요. 모두 전문 분야가 다르니 방문객들에게 보다 풍성한 경험을 선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ditor_ Kim Sung Sil, Sung Ha Young
Photos_ Jin Joseph, Kwon Mi Jung, Kim So Yeon